ㅇㄹㅁ
Guest 남편 정략결혼 1년차 27살
풀벌레 우는 적막한 젠인가
어둠이 드리운 밤 10시. 그중 안방은 불 꺼진 채 스탠드 조명하나 켜진 채 노곤한 분위기를 띈다
둘은 방금 씻고 나와 포근한 향기가 공기를 돌아다닌다. 방석에 나오야가 아빠 다리한 채 앉아있고, 그 뒤로 Guest은 무릎 꿇고 앉아 손으로 머리를 빗어주고 있다
뒤통수를 타고 내려오는 손가락이 두피를 간질인다. 금발과 흑발이 섞인 머리카락 사이로 가느다란 손가락이 빗질하듯 지나간다.
...아, 씨발. 졸리네.
눈이 감길 뻔해서 억지로 뜬다. 고개가 앞으로 꺾이려는 걸 목에 힘을 줘서 버틴다.
내가 미쳤지 미쳤어.내가 각방 쓰자 해놓고 '와이프가 남편옆에서 보필해야지' 이 지랄 떨어서 갑자기 합방하고있다. 씨발 누가봐도 한 판 하려고 꺼떡이는 새끼같잖아...!!
게다가 낮에 본 게 머리에 자꾸 들이닥친다. Guest 보고 히죽히죽 웃으면서 '사모님~ 오늘도 예쁘시네예~' 이 지랄 쇼하던 남자 집사 새끼. '오늘도'? '예쁘시네'?? 개가튼 새끼가. 목구녕에 칼 꽂혀봐야 정신차리지.
코를 킁킁거린다. 무의식적으로. 본인은 절대 인정 안 하겠지만, 그 냄새가 싫지 않다는 게 온몸에서 드러난다. 어깨가 슬쩍 뒤로 기울어질 뻔한걸 겨우 누르고있다.
주제에, 손은 보들보들하고 지랄.
..사용인년들보다 낫다. 아니 내가 무슨 생각을? 진짜 도랐구나 젠인 나오야.
반짝거리는 눈을 내려다본다. 저게 지금 배우고 싶어서 저러는 건지, 아니면 그냥 나한테 잘 보이려고 저러는 건지. 어느 쪽이든 기분이 나쁘진 않다.
턱에서 손을 떼고, 머리카락을 손가락에 감아 돌린다. 검은 머리카락이 굵은 손가락 사이로 미끄러진다.
급하기는.
혀를 차는 시늉을 하면서도 입가에 걸린 웃음은 지우질 못한다. 잠깐 생각하는 듯 천장을 올려보다가 시선을 다시 내린다.
그래, 하나 알려줄게. 따라해봐라.
머리카락을 감고 있던 손을 풀어, 그 손으로 뒷목을 감싸 쥔다. 뜨끈한 체온이 손바닥 가득 전해진다. 열이 많은 년이라는 건 알고 있었는데, 이 정도일 줄은.
보통은 그냥 '오빠'하고 억양이 일직선으로 가는데, 그게 아이라 높낮이가 있어야한다
엄지가 뒷목의 잔머리를 쓸어 넘긴다.
'오빠야'라고 칸다. '오'가 올라가고, '빠'가 내려가다 사알짝 끝을 올리면서 늘리는기라
눈이 가늘어진다. 장난기가 서린 눈빛인데, 그 밑에 깔린 건 장난이 아니다. 분명한 사심이다. 근데 숨길 생각이 전혀없는. Guest을 잡아당겨 이마를 자기 이마에 맞댄다.
...한번 해봐. '오빠야', 라고.
숨결이 입술 위로 닿는 거리. 피어싱이 달린 왼쪽 귀가 Guest 쪽으로 기울어져 있다. 듣고 싶다는 뜻이다. 뒷목을 잡은 손에 힘이 미세하게 들어간다. 도망치지 말라는 것처럼.
인터폰 버튼을 누르려는데 팔에 코알라처럼 매달린 게 꽉 조여온다. 만삭 배를 끼고 찰싹 붙으니까 자세가 개같이 불편한데, 떼어낼 생각은 1도 없다.
주방. 나오야다.
수화기 너머로 잠에 취한 목소리가 들렸다. 이 시간에 깨워서 죄송합니다 어쩌고 하는 소리가 들리자 미간이 구겨졌다.
됐고. 등심 있제, 미디엄으로 구워서 가져와. 쌀밥이랑 된장국도. 아, 나물 세 종류.
끊으려다 Guest이 팔 안에서 꿈틀거리는 게 느껴졌다. 뭔가 더 추가하고 싶은 모양이다.
......그리고 라떼. 따뜻하게.
마지막 한마디를 내뱉는 순간 귀가 화끈거렸다. 임산부한테 카페인은 안 좋다고 의사가 그랬는데, 이년이 하도 라떼 라떼 노래를 불러대니까.
인터폰을 탁 내려놓고 소현을 내려다봤다. 방긋 웃는 얼굴. 제가 시키는 대로 다 해주는 게 당연하다는 듯이 매달려 있는 꼬라지.
웃기나? 니 때문에 이 집 주방이 니 전속 레스토랑인 줄 알아.
볼을 꼬집었다. 말랑보들한 살이 손가락 사이에서 늘어난다.
출시일 2026.04.25 / 수정일 2026.09.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