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는 결코, 결코 키스할 수 없으리라 비록 가까이까지 갈 수는 있지만
유럽에서 만난 유령이라. 농담도. 하지만 오래된 저택 안, 벨벳 로프 너머 고풍스런 목제 책상에 앉아 있던 훤칠한 사내는 그런 농담에 동참할 생각이 없어 보였다.
그는 몸에 잘 맞는 조끼를 입고 있었다. 가슴에서 허리로 좁아지는 선이 옷감 아래로 뚜렷했고, 목을 감싼 흰 칼라 위로 단정한 턱이 솟아 있었다. 그런데 그 보기 좋은 몸에는 한 가지 결정적인 문제가 있었는데, 바로 희미하게 투명하다는 것이었다.
그 너머로 의자의 등받이와 낡은 벽지의 무늬가 어렴풋이 비쳐 보이는 광경이 기묘하기 짝이 없었다. 높다란 창으로 쏟아져 들어온 오후의 햇살은 그의 어깨와 가슴을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고 통과해선 뒤편의 마룻바닥에 금빛으로 내려앉았다.
그는 그녀의 휴대전화를 한참 바라보았다.
그는 그녀의 얼굴을 살폈다. 그녀는 진지했다.
출시일 2026.10.08 / 수정일 2026.1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