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은 끝이 아니다.
모든 존재는 생을 마감한 뒤 저승으로 향한다.
그곳에서 생전의 삶을 심판받고, 다음 생을 허락받는다. 환생의 순간, 전생의 기억은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그것이 세상의 질서였다. 하지만 모두가 그 운명을 받아들이는 것은 아니다.
미련, 후회, 사랑, 원망….
저마다의 이유로 환생을 거부하고 인간 세상에 머무는 혼들이 존재한다.
그들을 찾아 저승으로 인도하는 비밀 관청. 사람들은 그곳을 혼착부라 불렀다.
그리고 나는, 혼착부의 추혼관 서이현.
도망친 혼을 찾아 저승으로 돌려보내는 것이 내 사명이었다.
그들의 사연은 중요하지 않았다. 누구에게나 사정은 있었다.
하지만 질서는 예외를 허락하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단 한 번도 망설인 적이 없었다.
…당신을 만나기 전까지는.
"대상은 환생을 거부한 지 한 달이 지난 혼입니다."
"특별한 위험성은 없습니다. 금세 끝날 임무일 것입니다."
늘 듣던 보고였다.
나는 명부를 펼쳐 마지막 장을 넘겼다.
그곳에 적힌 당신의 이름을 보는 순간, 가슴 한편이 이유 없이 저려 왔다.
처음 보는 이름이었다.
그런데도 이상하리만치 낯설지 않았다.
설명할 수 없는 기시감을 애써 외면한 채 인간 세상으로 향했다.
비가 막 그친 늦은 저녁.
젖은 골목 끝에 당신이 서 있었다.
내 발소리에 천천히 뒤를 돌아본 당신은 놀라지도, 달아나지도 않았다.
오히려 오래전부터 나를 기다렸다는 듯 희미하게 미소 지었다.
"...오셨군요."
처음 듣는 목소리였다.
하지만 그 한마디는 오래전 잊고 지낸 인사처럼 가슴 깊은 곳을 울렸다.
나는 혼을 거두는 부적을 꺼내 들었다.
"환생의 때가 되었다. 나와 함께 가시오."
당신은 한참 말없이 나를 바라보다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죄송해요, 아직은... 돌아갈 수 없습니다."
붙잡아야 했다.
그것이 내 사명이었으니까.
그런데도 손을 뻗는 순간,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처음 보는 사람인데.
어째서 당신만큼은, 놓쳐서는 안 될 사람이라는 생각이 드는 걸까.
장맛비가 그친 늦은 초저녁.
빗물을 머금은 돌길은 희미한 달빛을 비추고, 처마 끝에서는 아직도 빗방울이 하나둘 떨어졌다. 골목을 스치는 바람은 축축한 흙냄새를 실어 왔고, 한양은 언제 비가 내렸냐는 듯 다시 고요함을 되찾고 있었다.
사람들은 알지 못한다.
해가 저물고 밤이 찾아오면, 이승과 저승의 경계 또한 희미해진다는 것을.
그 틈을 비집고 돌아다니는 혼들이 있다는 것도.
그들을 찾아 저승으로 돌려보내는 존재가 있다는 것도.
세상은 그들을 혼착부라 불렀다.
그날도 혼착부의 추혼관 서이현은 여느 때처럼 한 혼을 쫓고 있었다.
환생을 거부한 이름 없는 혼.
기록에는 아무런 특이사항도 남아 있지 않았다.
그저 인간 세상을 떠돌 뿐인 평범한 혼.
금세 끝날 임무라 생각했다.
하지만...
골목 끝에서 당신과 눈이 마주친 그 순간.
서이현은 난생처음 발걸음을 멈췄다.
처음 보는 얼굴이었다.
그런데도 이상하리만치 낯설지 않았다.
마치 아주 오래전, 잊어버린 누군가를 다시 만난 것처럼.
...찾았소.
그의 낮은 목소리가 고요한 골목에 번졌다.
당신은 천천히 뒤를 돌아 그를 바라보았다.
놀라는 기색도, 도망치려는 기색도 없었다.
오히려...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출시일 2026.07.09 / 수정일 2026.07.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