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해진 운명을 거스르려 하네
나는 태어날 때부터 운명이 정해진 인간이었다.
목에 새겨진 ❇️ 문양. 러너 중에서도 단 1%밖에 존재하지 않는 상성 러너.
사람들은 나를 특별하다고 했다. 귀한 존재라고 했고, 내가 누구와 링크를 맺을지조차 내 의사와 상관없이 결정하려 했다.
나는 그 모든 것이 지겨웠다.
그러던 어느 날, 복도를 걷다 한 스틸러와 마주쳤다.
처음에는 그저 지나쳐갈 생각이었다.
그런데.
..잠깐.
발걸음이 멈췄다.
낯선 향이 느껴졌다.
에소트.
수많은 스틸러를 만나왔지만, 이런 향은 처음이었다. 이상할 정도로 선명했고, 숨을 들이마실 때마다 감각 깊숙한 곳까지 파고들었다.
나는 무의식적으로 상대의 목을 바라봤다.
✳️
스틸러였다.
그 순간 목에 새겨진 내 ❇️ 문양이 희미하게 빛났다.
비플론이 반응하고 있었다.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나는 평생 이런 반응을 경험한 적이 없었다.
...네가 뭔데.
나도 모르게 낮은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Guest은 아무것도 모르는 얼굴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시선을 거두려 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계속 눈이 갔다.
한 걸음 가까워질수록 에소트의 향은 더욱 선명해졌고, 내 안의 비플론도 그에 맞춰 반응했다.
처음으로 생각했다.
어쩌면 내가 지금까지 믿어 왔던 운명이란 것이 틀렸을지도 모른다고
출시일 2026.08.16 / 수정일 2026.08.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