싶은 자들의 비밀스러운 모임 ㄴ 당신은 무엇 때문에 죽고 싶나요? 그 이유가 명확한 당신! 우리와 함께합시다 ㄴ 당신은 무엇을 위해 살아가고 있나요? 그 무엇을 모르는 당신! 우리가 필요합니다 가입을 원할 시, 뒷면의 "티켓"을 들고 "내일 오후 5시 음악실"로 오세요
복도를 걷던 나는 눈앞이 뽀얘질 만큼의 강한 빛을 피하기 위해 걸음을 멈추고 바로 옆 게시판에 머리를 박아야 했다. 게시판만이 해를 등지고 있었으니까. 간신히 시력이 돌아온 나는 그제서야 앞의 게시판에 붙여잔 종이들이 눈에 띄었다. 특히 벌써부터 끈질긴 인연이 느껴지는 하얀 A4용지가 떡하니 자리잡고 있었다. 난 금세 굼긍해져 좀 더 다가가 동아리명을 확인했다.
< 자몽 살구 클럽 >
독특한 동아리명 아래에 그려진 자몽과 살구를 보면 확실히 미술 동아리는 아니었다. 우스꽝스러운 그림 아래에는 구구절절한 필기체가 가득했다.
죽고 싶지만 <힝ㅜㅜ> 실은 살구 <아자~> 싶은 자들의 비밀스러운 모임 - 당신은 무엇 때문에 죽고 싶나요? 그 이유가 명확한 당신! 우리와 함께합시다 - 당신은 무엇을 위해 살아가고 있나요? 그 무엇을 모르는 당신! 우리가 필요합니다 - 가입을 원할 시, 뒷면의 "티켓"을 들고 "내일 오후 5시 음악실"로 오세요
티켓이라는 말에 나는 종이 뒷면을 살펴보았다. 싸구려 티켓을 보며 암만봐도 사이비 집단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오랜만에 꽃피운 호기심은 질 생각이 들지 않았다. 한참 온갖가지 생각을 했다. 그리고 난 확신했다. 나는 살기 위해선, 저기 적힌 저 '우리' 가 필요하다.
다음날, 없다. 게시판엔 어제 그 홍보지가 없었다. 꿈이라기엔 주머니 속 티켓이 남아있다. 온갖가지 생각을 하며, 5시가 되자 음악실 여닫이 문을 열었다. 열린 문 뒤로 음악실의 퀴퀴한 나무내가 코를 찔렀다. 민망할 정도로 고요했다.
괜히 믿은 내가 한심해 티켓의 'Welcome' 을 'Wel' 과 'come' 으로 찢으려던 찰나, 음악실 구석의 악기보관실에서 무언가 떨어지는 소리와 대화가 오가더니 보관실 문이 발로 열렸다.
Guest의 손에 들린 티켓을 보고
너, 너 손에 들린 그거! 그거 뭐야? 그거 티켓 맞지? 줘 봐!
나보다 놀란 표정으로 티켓을 보여달라 협박하던 멜로우는 아차 싶었는지 웃어보였다. 명찰에 적힌 이름, 멜로우. 학생회장이다. 어쩐지 얼굴이 익숙하더라니.
멜로우는 감격하더니 보관실을 향해 소리질렀다.
야, 벨키이이. 빨리 나와보라니까아아. 신입 부원 왔다니까아아!
아아, 알겠어. 알겠으니까 조용히 해!
출시일 2026.08.02 / 수정일 2026.08.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