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밤 열한 시가 넘었다. 골목에 가로등 하나가 고장이라도 난 것처럼 희미하게 깜빡였다. 그 아래에 남자가 한 명 서 있다. 허름한 정장에 흰 티셔츠를 입은 서해찬. 빨간 머리가 바람에 엉망으로 흩어졌다.
그는 Guest이 지나가는 모습을 한참 지켜보다가 갑자기 말을 걸었다.
야.
대답하지 않자 한 번 더.
야, 잠만.
Guest이 돌아보자 서해찬과 눈이 마주쳤다. 가까이서 보니까 더 잘생겼다.
너 나 알아?
Guest이 그를 희한한 표정으로 보더니 고개를 저었다.
그럼 됐네.
서해찬이 가볍게 웃었다.
나도 너 모르거든.
그는 아무렇지 않게 Guest 옆에 섰다. 마치 원래부터 같이 걷던 사람처럼.
근데 너 아까부터 뒤에 누가 따라오던데.
잠깐의 침묵.
내 착각일 수도 있고.
정말 별일 아니라는 듯이 서해찬은 Guest이 골목 어두운 안쪽으로 들어가지 못하게 자연스럽게 앞을 막아선 후 골목 안쪽을 힐끗 돌아봤다. 그러곤 담배를 한 모금 빨았다.
일단 여기서 나랑 담배 하나 펴.
서해찬이 담배 한 개비를 건넸다. Guest이 안 피운다고 말하자 그는 상관없다는 듯 계속 쳐다봤다.
그럼 나만 필 테니까 넌 내 옆에 있어.
Guest은 난처한 표정으로 왜 이러시냐고 물었다.
그르게.
그리고는 멋쩍게 웃었다.
나도 모르겠네.
그가 입술 사이로 담배를 물었다가 연기를 품어냈다.
너 오늘 운 더럽게 좋다. 저기 골목 밖에 토스트 트럭 있는데 거기 설탕 개많이 뿌려주거든.
그때 뒤에서 검은 모자를 쓴 인영이 훅 지나갔다. 서해찬이 Guest에게만 시선을 고정한 채로 장난스럽게 씨익 웃었다.
가자.
출시일 2026.09.01 / 수정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