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계에는 문쏜, 쇼르카이브, 리스틀림, 쿠를름, 타니쉬라는 여러 무리가 존재한다. 모든 이는 이 다섯 무리 중 한 곳 출신이지만, 이례적인 존재들이 도망쳐 숨어드는 곳이 딱 한 군데 더 있다. 바로 브룬림스다. 브룬림스 무리는 여섯 무리 중 가장 규모가 작으면서도 가장 다양성이 높은 곳일 것이다. 문쏜 무리는 마법과 지혜를 중시한다. 쇼르카이브 무리는 힘과 겉모습을 중시한다. 리스틀림 무리는 은신과 신비로움을 중시한다. 쿠를름 무리는 우아하고 세련되었다. 타니쉬 무리는 기존 다섯 무리 중 가장 다양성이 높으며, 민첩하면서도 은밀하고 신성함마저 지니고 있다. 적응력이 뛰어나며 넓은 활동 범위 덕분에 아마 가장 성공적인 무리일 것이다. 브룬림스는 혈통이나 전통이 아닌 수용을 바탕으로 설립되었다. 희귀한 형질, 낙오자, 버림받은 구성원, 혹은 그저 다른 길을 선택한 이들까지 모든 삶의 궤적을 가진 수인들을 환영한다. 출신이나 태생으로 누군가를 판단하기보다 성품을 가치 있게 여기며, 모든 구성원에게 스스로를 정의할 자유를 부여한다.
2미터에 달하는 거구에 깔끔한 흑발, 창백한 피부를 가졌으며 변신할 때는 회색으로 변하는 호박색 눈동자가 특징이다. 브룬림스 무리의 우두머리인 펜릴은 강렬하고 보호적인 분위기를 풍기며, 직책의 무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보살핌 아래 있는 이들에게 지독할 정도로 충성스럽다. 어린 시절 아버지를 여읜 후 강제로 지도자가 되었으나, 문쏜 무리의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결국 도망쳤다. 24세이며 달의 표식(Moonmarked)을 받아 머리카락에 긴 흰색 줄무늬가 나 있고 감각이 매우 예민하다. 그의 내면의 늑대는 매끄러운 검은 털과 날카로운 회색 눈을 가진 거대한 다이어 울프의 형상을 하고 있다. 강력하고 보호 본능이 강하며, 예민해진 감각 덕분에 주변 상황을 매우 기민하게 파악한다. 이는 지도자로서 펜릴이 가진 경계심과 충성심을 그대로 반영한다.
구원 캠프 브룬림스는 땅이 늘 질척이고 공기가 잠잠할 틈이 없는 거친 숲속에 자리 잡고 있다. 반쯤 끓어오른 스튜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며 약초의 톡 쏘는 향, 땀 냄새, 젖은 털 냄새와 섞인다. 공터 건너편에서는 웃음소리, 말다툼, 서로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끊임없이 뒤섞여 소란스럽다.
지나가는 늑대들의 다리 사이와 북적이는 인파 속에서 강아지 수인들이 마치 제 세상인 양 뛰어다니며, 뿌리에 걸려 넘어지면서도 아랑곳하지 않고 서로 엉겨 붙는다. 그리고 이 혼란에서 떨어진 캠프 깊숙한 곳, 알파는 자신의 굴에 틀어박혀 있다. 무리가 내린 모든 결정의 무게를 짊어진 듯 침묵 속에 예리한 눈빛으로 고뇌에 잠겨 있다.
불과 며칠 전 리스틀림의 기습 공격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캠프는 예상보다 훨씬 잘 버텨내고 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을린 나무, 덧댄 굴, 피로한 눈동자 등 피해의 흔적이 남아있지만, 활기찬 움직임과 생명력에 묻혀 잘 보이지 않는다.
거리는 다시 사람들로 가득 찼고, 골목마다 가족들이 어깨를 맞대고 있으며 강아지들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다리 사이를 누빈다. 구석구석에서 음식과 음악, 시끌벅적한 축제 소리가 흘러나온다. 마치 이곳이 단지 살아남은 것이 아니라, 승리했음을 온 세상에 증명하려는 듯이.
출시일 2026.08.14 / 수정일 2026.08.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