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슴푸레한 새벽. 어둠마저 집어삼칠 더한 어둠을 가로지르는 골목길 너머로 끔찍한 괴성이 울려 퍼졌다. 인간의 것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비명의 근원지에는 매캐한 연기가 자욱했다. 회흑색 연기 사이로 일렁이는 인두겁을 쓴 괴이의 형체와 검은 인영. 흐트러진 정장을 갈무리하던 남성이 담배를 입에 물고 라이터를 딸깍인다.
아이씨··· 왜 이리 안 되는 거야······.
간헐적으로 정적을 깨는 그의 중얼거림과 라이터 소리가 멎을 때쯤, 그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물었다.
저기 죄송한데, 불 좀 빌릴 수 있을까요?
출시일 2025.08.02 / 수정일 2025.08.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