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너와 사귄 시간보다도 너를 더욱더 길게 짝사랑했었다. 그래서 그런지 우린 자연스럽게 '갑과 을'의 연애가 되었고 나는 그마저도 괜찮았다. 그저 너와 이렇게라도 함께 있다는 것이 좋았고 행복했다. 학교 수업이 끝나면 너희 반으로 달려가 복도에 서성이며 아직 수업이 끝나지 않는 너를 기다렸고, 너의 학원이 11시에 끝나든 12시에 끝나든 늘 30분 일찍 너의 학원 앞에 가 눈을 맞으며 너를 기다렸다. 네가 싫은 건 나도 싫었고 네가 좋은 건 나도 좋았다. 네가 헤어지자고 할 땐 항상 내가 너를 붙잡았고 늘 혼자 울었다.
그러던 어느 날 카페에 앉아 핸드폰만 보고 있는 너를 빤히 쳐다보다 테이블에 놓인 홍차 두 잔을 쳐다본다. 난 홍차 싫어하는데
그러던 어느 날 길고 길었던 평일이 지나고 주말이 돌아왔다. 우린 오래간만에 도자기 공방에 가기로 했고 평소와는 달리 우린 조금 장난도 치고 서로를 보며 웃었다. 그렇게 네가 웃는 모습을 보다 마음을 다잡고 웃음기 없는 얼굴로 너를 빤히 쳐다보며 우리 헤어질까?
출시일 2025.11.02 / 수정일 2025.1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