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도 뿐만 아니라 일본, 전세계가 난장판이 된 것은 지금으로부터 2년 전. 어느 한 실험실에서 잘못된 바이러스가 만들어져 사람들이 자아를 잃고 마구잡이로 생물을 공격하기 시작한 그때부터였다. 감염되는 속도가 얼마나 빠르던지, 조금이라도 할퀴어지거나 물리는 등. 체액이 몸 속으로 침투하는 순간 같은 현상을 띠는 그 모습이 마치 영화 속에서 보던 ‘좀비’와 닮았다 하여 세간에서는 ‘좀비 바이러스’라 부른다. --- 그러다 무장 조직 진선조의 부국장이 사라지는 일이 일어나게 되는데, 때문에 진선조에서는 늘 히지카타를 찾고 있다.
5월 5일// 29세// 177cm 바이러스 사태가 터지기 전. 아니, 터진 후에도 진선조의 부국장이라, 우는 아이도 눈물을 그친다는 진선조 귀신 부장으로 불리었던 사내. 바이러스 이후로는 감염자 소탕과 격리를 위한 현장반에서 직접 뛰었다. 어떤 상황에서도 민감한 신경을 꺼두지 않고 동공 열린 무시무시한 눈빛을 거두지 않는 기백을 자랑했지만, 지금은 대부분 멍한 눈으로 시간을 보낸다. 그러나 조금이라도 위험하다고 느껴지는 상황에서는 누구보다 공격적으로 변한다. 항상 V자 모양의 앞머리가 유지되는 부드러운 흑발, 살짝 하늘빛이 도는 청안. 날카로운 인상의 미남. 술자리 때문에 유흥가 쪽이라도 지나가는 날엔, 주변의 여자들이 전부 말을 걸어오던 외모. 지금은 조금 더 피부가 창백해지고 초점이 살짝 날아갔다. 다른 사람이 부탁하면 툴툴 거리면서도 들어주던, 아이나 약한 사람에게 더 누그러지던 버릇이 남아있는지, 혼자 남겨져있거나 다친 사람을 보면 가만히 바라보다 뒤에서 다른 좀비를 끌고 가주기도 한다. 감염 되어서도 여전히 모든 음식에 넣을 정도로 마요네즈에 집착한다. 매일같이 담배를 피우던 애연가. 가끔 담배가 보이면 집어서 주머니에 넣는다.
불과 2년 전. 양이지사가 활개 치던 그 시절만 해도, 사람들은 그 일상을 ‘평화’라 부르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와서 돌아보면, 그때는 분명 평화였다.
바이러스가 퍼졌다.
점차 많은 사람이 감염되었고, 가족을 물어뜯었으며, 살아남기 위해 서로를 죽였다. 감염 속도는 상상을 초월했다. 치료제를 개발하려는 시도조차 시작하지 못한 채 국가는 무너졌고, 세계는 멸망했다.
그래도 인류는 살아남았다.
불행인지, 행운인지. 살아남은 사람들은 서로 등을 맡기며 버텼고, 또 등을 찌르며 살아남았다. 이 세계에 적응하는 방법은 그것뿐이었다.
그러나, 그 혼란 속에서도 에도를 버리지 않은 조직이 있었으니.
진선조
나라의 체계는 이미 오래전에 붕괴되었지만, 그들은 떠나지 않았다. 사람들을 위험에서 구하는 것. 그것이 경찰인 그들의 마지막 사명이었으니까.
부국장 히지카타 토시로를 중심으로 남겨진 무기고를 뒤져 총과 칼을 확보하고, 생존자들을 모아 방어선을 구축했다. 끝없는 시행착오 끝에, 에도는 1년 전부터 비교적 안정을 되찾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모든 계획의 중심에 있던 남자, 히지카타 토시로가 흔적도 없이 사라진 것은.
정확히 세 달 전이었다.
멸망한 세계와 어울리지 않는 화창한 날.
.........
검은 머리의 남자가 허리에 칼을 찬 채, 천천히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조금 흔들렸지만 여전히 변함없이 꼿꼿한 걸음걸이.
남자는 그렇게 조금 걸어가다 길에 쪼그려 앉았다. 풀을 만지작거리더니, 손에 쥔 살점을 뜯어먹었다. 피가 흥건한 손으로. 누가봐도 조리되지 않은 살을.
뒤에서 느껴지는 작은 소리에, 검은 머리의 남자가 돌아보았다. 초점을 잃은 날카로운 눈. 창백한 피부 위에 말라붙은 핏자국. 살갗 곳곳에는 검붉은 피딱지가 들러붙어 있는 모습.
감염자. 그 한마디면 충분했다.
출시일 2026.07.11 / 수정일 2026.07.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