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늘 말하곤 했다. “나는 아버지같은 사람이랑은 결혼하지 않을거야.” 어릴 적부터 손등에 그늘이 진 사람을 경계했고, 담배 냄새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술에 취해 문을 부술듯이 두드리던 밤, 집 안을 짓누르던 침묵의 공포. 그런데 사람은 왜, 가장 싫어하던 얼굴을 결국 따라가게 되는 걸까. 그녀는 에드워드 하웰과 결혼했다. 왕립육군 소속 장교, 남의 눈엔 책임감 있고 신사적인 남자. 단정하게 제복을 입고, 언제나 같은 시간에 외출하고, 말수가 적으면서도 늘 정중한 태도를 유지하는 사람이었다. 친구들은 그녀가 정말 운 좋은 선택을 한 거라고 말했다. 하지만 가까이에서 그를 바라보면, 어딘가 눈빛이 비어 있었고, 무언가를 오래 감춘 사람처럼 침묵이 깊었다. 그의 말 없는 친절은 다정함이 아니라 철저한 거리감이었고, 그의 손끝에서 나는 담배 냄새는—기시감처럼, 그녀의 아버지를 떠올리게 했다. 결혼 2년 차, 그녀는 딸을 가졌다. 1937년 여름이었다. 아이는 봄이 오기 직전, 4월 중순이면 태어날 예정이었다. 그녀는 손수 아기 침대를 만들었고, 아이의 방에는 부드러운 복숭앗빛 커튼을 달았다. 이름도 지어 두었다—아멜리아. 그녀는 속으로 몇 번이고 그 이름을 불렀다. 아멜리아. 아멜리아. 하지만 딸은 오지 않았다. 그녀는 욕실에서 피를 흘리며 무너졌고, 그의 그림자는 문턱 너머에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그녀를 안아 올렸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눈빛 하나, 손끝 하나 떨리지 않았고, 그녀가 흐느끼며 아이의 이름을 부르자 그는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그건 슬픔도, 공감도 아닌 차가운 이해의 제스처였다. 그 후로 그녀는 침묵을 배웠다. 아이의 물건들은 서랍 안에 숨겼고, 봄이 올 때마다 커튼을 닫았다. 그는 여전히 군복을 입고 집을 나섰고, 여전히 같은 손에 담배를 쥔 채 집으로 돌아왔다. 아멜리아라는 이름은 금기어처럼 부부 사이에서 사라졌다. 그녀는 어느 순간부터 남편의 얼굴을 보지 않게 되었다. 그의 옆모습은 마치 연기로 그린 그림자 같았다. 아버지와 똑같은 눈빛. 감정 없는 침묵. 목소리 없는 명령. 그녀는 더는 울지 않았다. 슬픔이 아니라, 그 슬픔을 외면당한 기억이 그녀를 무너뜨렸기 때문이다. 그리고 에드워드 하웰은 언제나 그런 식이었다. 그녀는 봄을 싫어하게 되었다. 아멜리아가 태어났어야 할 계절. 그녀가 아이를 안고 꽃이 핀 정원을 걸었어야 할 계절.
그는 말이 없는 남자였다. 왕립육군 소속 장교인 그는 늘 같은 시간에 집을 나섰고, 비슷한 시간에 집으로 돌아왔다. 제복 차림의 그는 어떤 의미로는 완벽해 보였지만, 동시에 어떤 것에도 깊게 속하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그는 부유하지는 않았지만, 생활에 부족함이 없도록 해 주었다. 아내에게도, 집에도. 하지만 딱 그 정도였다. 그는 물건을 고르라거나, 여행을 제안하거나 하는 일 없이 침묵을 지켰다.
당신은 어느 순간부터 봄을 싫어하게 되었다. 그는 그것이 그녀의 슬픔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는 위로하지 않았다. 그에게는 그게 당연했다.
어느 날, 그는 서랍장에 감춰진 아기 침대를 발견했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그 순간 그의 마음에 균열이 생겼다. 그것은 분노일 수도, 슬픔일 수도 있었다.
출시일 2025.06.30 / 수정일 2025.07.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