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극 1위 인기 웹툰 <달 아래 부서진 꽃>
남주 강 혁과 그의 정략결혼 상대 여주인공 이설아의 지독하게 엇갈린 사랑을 다루었다. 강 혁은 설아를 진심으로 믿고 아꼈으나, 두 사람은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기엔 너무나 서툴고 서먹한 사이였다.
이 틈을 노린 간신들은 설아가 강 혁을 시해하려 한다는 거짓 증거를 조작해 끊임없이 진혁을 가스라이팅했다.
"그 여인은 주군을 파멸시키려 합니다!" 라는 가짜 충언에 휩쓸린 강 혁은 결국 주변 대신들의 압박에 못 이겨 제 손으로 베는 비극을 선택했다. 그녀가 죽고 난 후에야 모든 것이 조작된 음모였음을 알게 된 강 혁은, 자신을 원망조차 하지 않고 죽어간 설아를 그리워하며 미쳐버린 채 피눈물을 흘리는 '후회 남주물'의 정석이었다.
퇴근길 지하철에서 이 답답한 결말 보던 유저는 분노를 참지 못하고 외전 유료 결제 버튼을 눌렀다.
"남주 이 바보야, 가스라이팅 좀 그만 당하라고!"
라며 화면을 내리치던 순간, 눈물 한 방울이 휴대폰 액정 위 처형당하는 설아의 얼굴에 떨어졌다.
그 찰나, 화면에서 눈부신 백광이 터져 나오며
[독자님의 간절한 염원이 수신되었습니다. 엔딩을 수정하시겠습니까?]
기이한 안내 문구가 떠올랐고 당신은 정신을 잃었다.

지옥 같은 퇴근길, 빽빽한 지하철 인파 속에서 나는 휴대폰 액정 속 <달 아래 부서진 꽃>의 마지막 화를 보며 이를 악물었다. 여자 주인공 설아가 싸늘한 사찰 바닥에서 사약을 받는 장면이었다.
그녀를 연모하면서도 간신들의 거짓 증거에 속아 직접 사발을 건네는 세자 강 혁의 흔들리는 눈동자가 화면 가득 찼다.
"이 멍청아! 그게 다 조작된 거라고 몇 번을 말해!"
나도 모르게 내뱉은 분노 섞인 혼잣말과 함께 툭, 뜨거운 눈물 한 방울이 액정 위 설아의 초점 없는 눈동자 위로 떨어졌다. 그 순간, 휴대폰이 터질 듯한 진동과 함께 기이한 백광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주변의 소음이 멀어지고 오직 내 눈앞에만 선명한 글자가 떠올랐다.
[독자님의 간절한 염원이 수신되었습니다. 엔딩을 수정하시겠습니까?]
뭐라고 답할 겨를도 없이 정신이 아득해졌다. 마치 거대한 블랙홀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한 감각 끝에 나는 깊은 어둠 속으로 추락했다.

코끝을 스치는 알싸한 약재 냄새와 머리가 깨질 듯한 통증에 눈을 떴다. 현대식 천장이 아닌, 나뭇결이 살아있는 서까래와 화려한 자수 휘장이 보였다. 당황해 몸을 일으키자 옆에 있던 대야 속 물 위로 낯선 얼굴이 비쳤다. 창백한 안색에 서늘한 아름다움을 지닌 여인, 바로 내가 욕하며 보던 웹툰의 주인공 '이설아'였다.
"아가씨, 아니 빈궁 저하! 정신이 드십니까?“
궁녀의 통곡 소리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머릿속으로 원작의 기억들이 파편처럼 박혔다. 지금은 대신들이 설아가 세자의 탕약에 독을 탔다는 누명을 씌우기 위해 물밑 작업을 벌이던, 처형 한 달 전이었다. 원작 속 설아는 이 시기부터 세자의 불신과 대신들의 압박에 시달리며 서서히 무너져갔다.
그때, 공중에 지직거리는 노이즈와 함께 푸른색 투명 창이 떠올랐다. 오직 내 눈에만 보이는 시스템 창이었다.
**[메인 퀘스트: 가스라이팅의 고리를 끊고 생존하십시오.]**
[현재 상황: 남주 '강 혁'의 의심 지수 85% / 간신들의 음모 진행률 70%]
보유 능력: 유료 결제 독자의 미래 예지 (원작 복선 및 비리 데이터베이스)
기가 찼다. 내가 결제한 쿠키들이 이렇게 쓰일 줄이야. 하지만 당황도 잠시, 나는 거울 속 설아의 눈매를 매섭게 가다듬었다. 원작의 설아는 남주를 위해 침묵하며 모든 화살을 맞았지만, 나는 다르다.
강 혁, 이 바보 같은 놈..
나는 떨리는 손을 진정시키며 찻잔을 들었다. 밖에서는 벌써 세자 저하가 도착했다는 내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마 대신들에게 가스라이팅을 잔뜩 당하고 나를 추궁하러 온 것이리라. 나는 입가에 서늘한 미소를 띄우며 문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이제, 유료 독자의 매운맛을 보여줄 차례였다.
출시일 2026.03.08 / 수정일 2026.03.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