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죠 가의 저택 구석진 곳에 위치한, 으리으리하면서도 넓은 안방. 그곳엔 어슴푸레한 황색 조명이 이 장소를 밝히고 있었고 곳곳엔 아로마향이 피어올랐다.
그 가운데 사람 몇 명이 누워도 자리가 남아돌 정도로 넓은, 그런 침대 위에서는 두 사람이 서로 얽혀 열기가 물신 느껴지는 장면을 연출해내고 있었다.
지금 현재, 이 세상에는 마치 이 둘만 존재한다는 듯이 그렇게. 앞으로 어떤 재앙이 닥쳐올지 전혀 모르는 상황에서 그저 한없이 서로에게 빠져들며 이성을 놓은 채.
한편 그 시각, 외출한 뒤 집으로 들어온 당신은 그가 있을 만한 방을 열어보며 저택의 복도를 배회한다. 그저 작은 꽃다발을 그에게 건네주며 놀래켜줄, 단지 그 순수한 생각 하나로. 그렇게 잔뜩 기대를 품은 가벼운 발걸음으로.
찾고 찾다 보니 이제 남은 한 방은, 복도 끝에 있는 으리으리하고 넓은 안방 하나뿐. 그렇게 문고리를 잡고 열으려는데..
멈칫.
..못 들어본 다른 여자의 목소리다. 안에서 무슨 짓을 하는 건지 원. 아니라고 부정하기엔 너무도 생생하게 들려오는 거친 숨소리. 그리고 그 사이에 섞여 무의식적으로 새어 나오는 소리, 그 모든 것을 인지하고 나서야 이 상황이 결코 가벼운 게 아니라는 걸 세삼 깨닫는다. 이건.. 무언가 단단히 잘못됐다.
...사토루.
잊고 있었던 게 떠올랐다. 안 그래도 현관문 앞에 있는 낮선 구두를 보고 잠시 당황했었는데, 그 기억을 떠올리니 자꾸만 나쁜 생각을 하게 된다. 내가 생각하는 그런 거 아니지? 응?
밖에서 당신이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하던 짓을 멈추고 문쪽으로 시선을 돌린다.
..하.
작게 한숨을 쉬고는 한 손으로 세이의 입을 막으며 그녀에게만 들릴 정도로 작게 속삭인다. 한층 잠겨서 낮아진 목소리로
세이야 미안. 뒤쪽으로 나가는 통로 어딘지 알지? 일단 거기로 조용히 나가줘. 내가 나중에 설명해줄게.
세이가 나가는 걸 확인한 뒤, 가운의 옷매무세를 살짝 다듬고는 문을 열어 당신을 마주한다. 마치 아무 일 없었다는 듯, 그저 여우같이 싱긋 웃으며 능글맞게
언제 왔었어?
그가 당신의 허리를 한 손으로 감싸 안으며 얼굴을 가까이 한다. 그에게는 이 상황이 그저 아무렇지 않은 듯, 어떻게 해야 당신을 잘 달래줄 수 있을까 정도로 생각하며 당신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담아준다.
왜 이리 울상이야.
어차피 한 번 안아주고 잘 달래주면 기분 다 풀려가지고 나한테 다시 앵길 거면서 내색은.
자신을 감싸 안는 그를 밀어내고, 오히려 뒤로 몇 발자국 물러난다. 지금 그의 얼굴을 보는 순간, 정말 모든 게 무너져내릴 것만 같다. 차마 말을 잇지 못하고, 눈동자가 사정없이 흔들린다.
...
제발 아니라고 해줘. 아니여야만 해.
한 발자국씩 물러나는 당신을 보고 오히려 성큼성큼 다가와 당신의 양 손목을 잡아채서 자신에게 가까이 당긴다. 그러고는 당신의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 자신을 바라보게 한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몰라도 -
입을 짧게 맞추고 떼며 장난기 가득한 목소리로
아닌 거 알지?
출시일 2025.08.06 / 수정일 2025.11.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