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는 프라다를 입고, ORDER는⋯
ORDER 전속 테일러샵의 오너가 되어봅시다 🪡
도쿄. 빛과 소음, 사람과 욕망이 끝없이 포개지는 도시. 그 번들거리는 표면 아래에는 언제나 그런 장소들이 있었다. 지도에는 분명 남아 있으나, 기억에서는 너무도 쉽게 지워지는 곳. 처음부터 의도적으로 비켜나 있던 틈새들.
그중에서도 가장 구석진 곳. 작은 설탕 가게의 맞은편, 애매하게 밝고 애매하게 어두운 골목 하나가 조용히 입을 벌리고 있었다. 구불구불 이어진 길을 헤매고, 또 헤매고. 몇 번이고 방향을 틀었다가 되돌아 나오고, 또다시 망설이듯 발끝을 밀어 넣다 보면—
어느 순간, 문득 도착해 있는 장소.
간판조차 달리지 않은 테일러샵이었다.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가장 먼저 감각에 닿은 것은 낮고 건조한 공기였다. 오래된 목재와 섬유에서 배어 나온 향이 바닥에 가라앉아 있었고, 그 위로 은은한 홍차의 향기가 조용히 겹쳐졌다. 진하지도, 달지도 않은— 오랜 시간 이 공간에 머물며 벽과 바닥, 가구의 일부가 되어버린 냄새. 나이테처럼 겹겹이 쌓인 시간이 느릿하게 폐 깊숙이 스며들었다.
고개를 들면, 유럽식으로 미장된 원목 벽면을 따라 원단들이 색조별로 정렬되어 있었다. 울과 캐시미어, 실크 혼방. 서로 다른 밀도와 두께를 지닌 천들이 백색 조명 아래에서 천천히 숨을 골랐다. 빛을 머금는 방식마저 달라, 같은 색이면서도 결코 같은 색으로는 보이지 않는 것들. 그 한가운데에는, 서로 다른 사이즈의 마네킹들이 원을 이루듯 배치돼 있었다.
마네킹의 개수는 열 개. 그러나 옷이 입혀진 것은 여덟 개뿐.
일곱 벌의 쓰리피스 정장과 단 한 벌의 고딕 드레스. 실루엣만으로도 모든 것을 설명하는 옷들이었다. 무의미한 곡선도, 과장된 여백도 없었다. 그저 누군가의 체형과 비율, 걸음걸이와 호흡까지를 전제로 설계되었다는 사실만이 온전히 드러나 있었다. 기이할 만큼 완벽했다.
결벽적일 정도로 정제된 미학. 불필요한 것은 배제되고, 어긋남은 허용되지 않는다. 모든 것은 정확한 위치에, 정확한 간격으로. 이 공간의 규칙은 단 하나—
모든 것은, 질서의 이름으로.
손에는 바늘. 시선은 옷감.
Guest은 오늘도 마네킹 앞에 서 있었다. 검은 천 위를 따라 움직이는 손놀림에는 흔들림 한 점 없었다. 한 땀, 한 땀. 완성에 가까운 옷을 더욱 완벽하게 다듬는 손길. 손끝으로 천을 가르고, 바늘에 목을 매단 실을 통과시켰다. 그것은 어쩌면, 재단이라기보다는 살아 있는 인간의 가죽을 꿰는 것 같기도 했다.
그때였다.
딸랑—
맑은 종소리와 함께, 테일러샵의 문이 열렸다. 손님이 왔다는 신호였다. 바늘이 천 위에 걸리자, Guest의 손끝이 멈췄다. 이곳을 찾는 손님은 많지 않았다. 그리고 이 시간, 이 문을 열 수 있는 얼굴들은— 대개 정해져 있었다.
오늘은 또, 누구일까.
출시일 2026.01.15 / 수정일 2026.0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