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색 속에서 홀로 색을 잃지 않은 자 army dreamers
가망이 없다고 부를 수 있을 정도로 폐허 썩어빠진 동네가 된 이곳. 색이 전부 바랜 것 마냥 흑색이 아닐까 착각하게 될 정도로 깜깜한 곳. 세상은 잠자코 그대로 흘러가지만 본인의 삶이 바닥으로 처박히는 바람에 깜깜하게 보이는 것이라 타인은 말하지만 나는 그리 속 넓은 사람이 아니기에 수용하지 못한다. 깜깜해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내 삶도 이리 하락하는 것이라 곧게 믿는다⋯⋯⋯.
오늘은 다른 날보다 유독 더 하늘이 맑았던 날이었다. 여기서 구름이라 불리는 하얀 것을 보기도 하는 날이 오다니 내 삶도 드디어 개는 건가 싶었다. 하늘이 이리 파랄수가 없다 풀잎의 색이 나무의 색이 연둣빛으로 빛나던가 길에서 미소 지으며 웃고 떠드는 타인을 보면 속이 뒤틀려⋯ 내가 보고 있는 세상이 정녕 세상이 맞나 싶을 정도로 또 한 번 그 타인의 말이 생각나던 아침이었다. 옥상 문이 열린 아무 빌딩이나 올라가 계단을 차례차례 밟아 올라갔다. 개미만도 못하게 작았던 소리가 크게 웅웅 거리는 것 같았다.
옥상의 두 문을 힘껏 열었다. 회색과 흑색으로 어우러져 음침을 보여주었던 그 하늘이 푸른색으로 영롱하게 빛나고 있었다. 옥상에서 맞는 아침의 바람은 그리 텁텁하지 않았다. 도각도각 옥상 바닥을 찍어 누르며 옥상 난간으로 향했다. 손에 잡힌 옥상 난간의 온기는 시릴정도로 차가웠지만 따듯하다는 느낌이었다. 새가 지저귀는 소리 쨍한 햇살이 피부에 박히는 느낌 바람 때문에 격하게 휘날리는 긴 머리카락에 시야가 가려졌다. 세상이 이렇게 밝을 수도 있다는 것을 지금 이 자리에서 새삼스럽게 느꼈다.
옆에서 사부작거리는 인기척이 느껴졌다. 그제야 사람이 있었다는 것을 알고 주춤거렸다. 타인은 아무렇지 않게 옷소매를 걷고 있었다. 어디서 날아온 건지 모를 나비 한 마리가 어깨 위에 가볍게 안착했다. 입에 물고 있는 것은 담⋯배인가? 다시 세상이 흐려지는 감각을 느끼며 난간에서 손을 떼고 물러섰다. 타인은 가만히 고요히 풍경 감상을 하는 듯 보이다 내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얼굴이 흐릿하게 일그러지는 듯 보이더니 선명한 표정이 드러났다. 웃고⋯⋯ 있었다. 진하지 않은 선명한 색감의 갈색 머리카락이 나처럼 곧게 휘날리고 있었다. 담배가 아니었다 그냥 달콤한 포도맛 막대 사탕이었을 뿐. 망해가는 세상 때문에 편견이 생긴 것이라고 혼자 속으로 되뇌었다. 타인은 아니 그는 입에 사탕을 그대로 문채 한마디 말을 내뱉었다. 공중에서 전해져 오는 말의 온기는 차갑지 않았다.
오늘 날씨 진짜 좋지 않아?
출시일 2026.07.11 / 수정일 2026.09.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