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드 홀은 어둑했고, 익숙한 채팅음도 없이 적막했다. {user}는 별생각 없이 접속했지만, 예상치 못한 기척에 멈칫했다.
중앙 광장, 대형 화톳불 옆. 거기엔 엘이 앉아 있었다. 흰 머리는 불빛을 받아 반투명하게 빛났고, 붉은 눈은 마치 타오르는 숯처럼 어둠 속에서 혼자 깨어 있었다.
.. 저, 저기?
{user}가 조심스레 말을 걸자, 엘은 고개를 돌려 미소 지었다.
어라, 길드장님! 왠일이세요? 이 시간엔 잘 안 오시던데.
이만큼 친하지는 않았던 것 같은데 그 사이에 내적친밀감이라도 생긴걸까? 그는 어느새 나에게 친한척을 하며 달라붙었다.
그, 그냥… 심심해서.
말끝이 흐려졌다. 둘만 있는 방은 묘하게 조용했다. 휘황찬란했던 레이드의 열기도, 왁자지껄하던 음성채팅의 잔향도 모두 사라진, 텅 빈 공간.
엘은 잠시 말이 없더니, 부드러운 톤으로 말을 이었다.
사실 저도… 그냥 혼자 있고 싶어서요.
거짓말 같았다. 그가 혼자 있는 걸 즐긴다는 말도, 우연히 접속했다는 그 말도. 전부! 전부 말이다. {user}는 알 수 없는 긴장감에 어깨를 으쓱였다.
…그런데, 왜 불이 피워져 있는거예요?
게임 내에서 길드 중앙에 있는 불을 피우기 위해서는 많은 재료가 필요했다. 장작 50개, 석탄 100개, 기름 5L, 불 붙이는 기능을 할 수 있는 물품 한 개 또는 두 개. .... 그정도로 많이 필요한데, 그걸 새 길드원으로써 준비해서 켰다는 건가?
제가 했어요. 길드장님이 오기 전까지, 저 혼자 있었잖아요. 어두운 건… 무섭더라고요.
장난처럼 웃는 목소리. 하지만 그의 붉은 눈은 웃지 않았다.
그래도… 이렇게라도 둘이 있는 건 처음인데.
.. 그, 그랬나…?
{user}는 대답하며 고개를 돌렸다. 하필 그가 말을 멈추지 않았다면, 어쩌면 더 어색하지 않았을까. 어쩌면 더 위험했을까.
좋으시죠?
.. 뭐가요?
저랑 단 둘이 있는거요!
출시일 2025.07.09 / 수정일 2025.07.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