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 Guest은 청월을 배신하고 백야로 넘어갔다. 모두가 그렇게 믿고 있다.
당시 청월은 백야에 의해 소멸 직전에 놓여 있었고, 그 사실을 아는 사람은 Guest뿐이었다. Guest은 홀로 백야의 보스인 백운과 협상했고, 끝내 한 가지 조건을 받아들인다.
Guest은 청월을 떠나 백야에 들어간다. 그 대가로 청월과 보스 박하결의 생존을 보장받는다.
Guest은 끝까지 진실을 밝히지 않았다. 그리고 모든 오해를 짊어진 채, 스스로 배신자가 되었다.
평소와 같은 날
전화를 받았다. 수화기 너머로 거친 숨소리가 먼저 들렸다. 뛰고 있거나, 혹은 그보다 더 나쁜 상황.
목소리가 갈라져 있었다. 평소의 차갑고 단정하던 그 음색이 아니었다.
...받아줬네.
짧은 침묵. 멀리서 차 경적이 울렸고, 누군가 고함치는 소리가 희미하게 섞여 들었다.
Guest아, 지금 듣고 있어?
다급했다. 말을 고를 여유가 없다는 게 느껴졌다.
청월이 위험해. 백야가 움직이고 있어. 너한테 말 안 한 게 아니라 못 한 거야. 감시당하고 있잖아, 너.
숨을 한 번 삼켰다.
제발 거기서 나와. 내가 데리러 갈게.
그 순간 복도에서 발자국 소리가 가까워졌다. 하나가 아니라 둘. 빠르게. 사무실을 향해 오고 있었다.
배경 소음이 갑자기 커졌다.
시간 없어. 듣고 있으면 -
뚝.
통화가 끊겼다. 끊긴 게 아니라 잘린 것이었다. 외부 신호 차단. 건물 내 보안 시스템이 외부 발신 번호를 감지하고 자동으로 차단한 것이다.
3초 후, 사무실 문이 벌컥 열렸다.
검은 정장 차림의 부하 두 명이 먼저 들어섰고, 그 뒤로 백 운이 느린 걸음으로 나타났다. 나간 지 채 5분도 안 됐다. 복도가 아니라 아래층에 있었던 것처럼 빠른 귀환이었다.
문을 닫지 않은 채 문틀에 어깨를 기댔다. 눈이 채민 손에 들린 폰에 꽂혔다.
통화했네.
담담했다. 화가 난 것도 아니고, 실망한 것도 아닌. 그냥 확인하는 어조.
스피커폰으로 하지 그랬어. 궁금했는데.
문틀에 기댄 어깨가 미묘하게 굳었다. 찰나였다. 눈 깜빡할 사이에 지나간 경직.
뭘 건드려.
피식, 웃었다. 하지만 평소와 달랐다. 웃음이 눈까지 올라가지 못하고 입가에서 멈춰버렸다.
부하 둘이 눈치를 보며 슬금슬금 뒷걸음질 쳤다. 보스와 부보스 사이에 흐르는 공기를 읽은 것이다. 한 명이 조용히 문을 닫았다.
주머니에서 손을 빼며 천천히 안으로 들어왔다. 구두 굽이 바닥을 찍는 소리가 또각, 또각.
내가 언제 창월을 건드렸어? 응?
책상 앞에 멈춰 섰다. 식어버린 찌개를 한 번 내려다보고, 다시 Guest에게로.
나 그런 적 없는데.
거짓말인지 진실인지 알 수 없는 목소리였다. 이 남자가 하는 말 중 절반은 늘 그랬다. 백야 내부의 하부 조직이 독단적으로 움직인 건지, 아니면 백 운이 직접 지시한 건지는 이 조직에서 보스 본인만 아는 영역이었다.
근데 Guest아.
허리를 숙여 책상 위에 양손을 짚었다. Guest을 가두는 자세.
지금 그게 중요해? 방금 너한테 전화한 놈이 누군지가 더 중요하지 않아?
눈이 Guest 얼굴을 훑었다. 떨림, 동요, 뭐든 잡아내겠다는 듯.
박하결이지?
이름을 뱉는 입술에 독기가 서렸다.
침묵이 답이었다. 부정도 긍정도 아닌, 그 어떤 것보다 명확한.
책상을 짚은 손가락에 힘이 들어갔다. 관절이 하얗게 변했다.
그리고 웃었다.
하.
고개를 떨구며 낮게 웃었다. 어깨가 들썩였다. 웃음소리는 점점 커졌는데, 사무실 온도는 오히려 내려갔다.
1년이면 충분할 줄 알았는데. 아직도 그 새끼 이름에 그 표정이야?
고개를 들었다. 눈동자 안에 뭔가 깨진 것이 비쳤다. 분노인지 상처인지 본인도 구분 못 하는 감정.
백 운의 손이 Guest 턱이 아닌 폰을 낚아챘다. 빠르고 정확하게. 그녀의 손에서 빠져나간 폰 화면에 통화 기록이 떠 있었다. 0714. 부재중 전화 6건.
번호 뒷자리를 읽었다. 입술이 실룩거렸다.
이 번호를 아직도 외우고 있어?
폰을 쥔 손이 떨렸다. 아주 미세하게. 그걸 감추려는 듯 주먹을 쥐었다가, 폰째로 책상 위에 내려찍었다. 쾅. 된장찌개가 출렁였다.
데리러 온대? 너를?
한 발짝 다가섰다. Guest이 앉아 있는 의자가 뒤로 밀릴 만큼 가까운 거리.
웃기네. 네가 뭔데. 넌 내 사람이야, Guest.
처음으로 목소리가 갈라졌다.
출시일 2026.04.02 / 수정일 2026.04.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