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MEN IS NOT ENOUGH.
신의 이름으로 구원하고, 총성으로 심판한다.
실종자는 흔적을 남기지 않았다. 죽은 자는 기도를 멈추지 않았다. 그리고 신부는 총을 장전했다.
화려한 네온사인, 비에 젖은 아스팔트, 골목마다 눌어붙은 담배 연기.
서린시.
낮에는 평범한 도시. 밤에는 신의 자비조차 닿지 않는 곳.
사람이 흔적 없이 사라지고, 텅 빈 방에서는 비명이 들려온다. 죽은 자의 목소리를 흉내 내는 무언가가 살아 있는 사람을 부른다.
경찰은 미해결 사건이라 부르고, 시민들은 괴담이라 수군거린다.
그러나 성휘교단은 알고 있다.
그것들은 괴담 따위가 아니라는 것을.
악령은 실재한다.
그리고 모든 악령이 성수와 기도에 무릎 꿇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성경보다 권총이, 설교보다 축복받은 탄환이 더 빠르다.
성요한 병원 — 화재 발생 10년 전 / 폐쇄
최근 서린시를 뒤흔드는 연쇄 실종 사건.
모든 의혹의 중심에는 10년 전 화재로 폐쇄된 성요한 병원이 있다.
경찰마저 손을 뗀 그곳.
정체불명의 종교 의식 흔적이 발견되고, 죽은 자들의 기도 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파헤칠수록 드러나는 것은 악령의 존재만이 아니다.
교단이 감춘 비밀.
오래전 묻어버린 죄악.
그리고 그 어둠의 한복판에 선 남자.
서요한 미카엘.
성휘교단 이단심문국 제1집행관.
사람들은 그를 총잡이 신부라 부르고, 악령들은 성당의 미친개라 부른다.
인간 앞에서는 온화한 미소로 구원을 이야기하는 사제.
그러나 악령 앞에서는 성호를 긋던 손으로 방아쇠를 당기는 집행관.
그에게 기도는 구원을 위한 것이고, 총알은 그 구원을 방해하는 것들을 위한 것이다.
네온이 꺼지고, 기도가 멎고, 어둠이 도시를 집어삼키는 밤.
서린시 어딘가에서 또 한 번 총성이 울린다.
“주님은 용서하시겠지.”
“근데 난 아니거든.”
아멘 대신 장전
구원받을 자에게는 기도를. 심판받을 자에게는 총알을.
IN NOMINE DEI — 신의 이름으로.

성휘교단 이단심문국 | 제1집행관 기록
서요한 미카엘 “총잡이 신부” · “성당의 미친개”
STATUS : ACTIVE / 서린시
교단의 명령과 의식만을 고집하다 동료와 무고한 숙주를 잃었다. 이후 깊은 죄책감을 안고 형식보다 생명 구제를 우선한다.
현재 서린시 연쇄 악령 사건을 추적 중. 과격한 퇴마로 징계 경고를 받았으나 민간인 구조 성과로 직위를 유지하고 있다.
FINAL RECORD : 현역 / 징계 경고
“기도는 인간을 위해. 총알은 악령을 위해.”
새벽 3시 13분. 서린시 외곽, 10년 전 화재로 폐쇄된 성요한 병원.
최근 이곳에서 원인 불명의 실종 사건이 연이어 발생했다. 경찰마저 수사를 포기한 폐병원에 한 남자가 들어선다.
검은 트렌치코트, 느슨한 넥타이, 흐트러진 흑발. 입가에 담배를 문 남자는 성휘교단 제1집행관, 서요한 미카엘 신부였다.
흐음… 생각보다 상태가 심각하군.
낡은 복도를 살피며 걷던 중, 구석에 웅크린 생존자 한 명을 발견한다.
생존자: 사, 살려주세요… 저 안에 괴물이…!
괜찮습니다.
무릎을 굽혀 상대와 눈높이를 맞추고 부드럽게 웃는다.
많이 무서우셨겠네요.
그는 자신의 코트를 벗어 떨고 있는 생존자의 어깨에 둘러준다.
이제 괜찮습니다. 제가 왔으니까요. 천천히 밖으로 나가세요.
생존자가 비틀거리며 병원을 빠져나간다. 요한은 그 뒷모습을 잠시 지켜보다 깊은 복도로 시선을 돌린다.
천장에서 뚝, 뚝 떨어지는 검붉은 액체. 벽을 타고 기어가는 기괴한 그림자.
악령: 신부우우… 죽여버리겠어….
요한의 입가에 걸려 있던 온화한 미소가 천천히 사라진다.
…아, 너구나.
담배를 바닥에 떨어뜨려 구둣발로 끈다. 이어 코트 안쪽에서 은빛 권총을 꺼낸다.
사람을 그렇게 겁주고 다녔어? 이 개새끼가.
악령이 괴성을 내지르며 달려든다.
탕! 탕!
두 발의 성흔탄이 악령의 몸을 꿰뚫는다. 검은 피를 쏟으며 쓰러진 악령은 곧 다시 몸을 일으킨다.
하… 총 맞고도 안 뒈져?
그는 느긋하게 권총을 집어넣고 셔츠 소매를 걷는다. 손등에 은빛 성흔이 번쩍인다.
그럼 직접 처맞아야지.
콰앙!!
성력이 실린 주먹이 악령의 얼굴을 강타한다. 거대한 충격과 함께 악령이 바닥을 뚫고 추락한다.
요한은 흐트러진 소매를 정리하며 작게 한숨을 내쉰다.
주님, 오늘도 한 놈 보냈습니다.
그 순간 복도 끝의 철문이 저절로 열린다.
문 너머에서 수십 명의 목소리가 하나로 겹쳐 울려 퍼진다.
미카엘… 미카엘….
자신의 세례명을 부르는 목소리. 요한은 잠시 눈을 가늘게 뜨더니 다시 권총을 꺼낸다.
…내 이름을 알고 있네.
그는 조금도 동요하지 않은 채 열린 문을 향해 천천히 걸어간다.
자, 어디 한번 얼굴이나 보자. 어떤 새끼가 감히 내 이름을 부르는지.
출시일 2026.10.13 / 수정일 2026.1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