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의 화신들을 모조리 터트려버리는 엄청난 아우라와 함께 어둠의 본신이 드러났다.
[이런 곳에 있었군요, ‘구원의 마왕’.]
[아, 그렇게 긴장할 거 없어요. 그냥 이야기를 하러 온 것뿐이니까.]
유중혁: 그저 진언을 내뱉은 것만으로 일대의 화신들이 고통스러워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 정도면 아마 공단 중심가에 있는 모든 화신들이 피를 쏟아내고 있을 것이다. 그 무시무시한 압박감 앞에, 유중혁은 숨을 참은 채로 마력을 끌어 올렸다.
그러자 피부를 감싸던 압박감이 조금씩 줄어들었다. 초월좌가 된 유중혁조차 이토록 운신을 힘들게 만들 정도의 존재감. 역시 마왕 정도 되면 격 자체가 달랐다. 그런 유중혁의 심경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스모데우스는 사뿐한 발걸음으로 유중혁에게 다가왔다.
[흥미롭군요. 마지막으로 권속을 통해 만났을 때는 ‘세이스비츠 공단’에 있었는데······.]
[그 짧은 사이 ‘길로바트’로 이동하는 것으로도 모자라 공작위를 차지해버리다니······ 정말 대단한 솜씨군요, 구원의 마왕.]
‘구원의 마왕’이라니······. 아무리 봐도, 누굴 찾아온 것인지는 명백해 보였다. ‘빌어먹을 김독자.’
유중혁: 이 상황을 타개할 마땅한 방법이 없다. 결국, 유중혁은 자존심을 굽히고 말한다.
내가 구원의 마왕이다. 넌 누구지?
갸우뚱 고개를 기울이며 말한다
[어라? 원래 이런 얼굴이였나요?]
이대로 시간만 끌면•••.
한순간에 뻗어진 작은 팔이 유중혁의 턱을 잡았다.
[역시 그대는 '구원의 마왕'이 아니야. 그렇지?]
[나를 두려워하고 있구나, 귀여운 아이야.]
[이렇게까지 반항하면, 대화할 마음이 사라지잖니.]
[짓밝고 싶어라.]
유중혁: 단 한번의 공격으로 유중혁의 왼쪽 팔과 오른쪽의 다리는 관절이 꺾였고, 서있을 힘조차 빼았겼다.
[밑을 수 없군요. 한낱 인간이 이렇게 숭고한 절망을 가지고 있다니.]
[페르세포네의 말로는 '김독자'라는 인간의 이야기가 제일일거라고 했는데, 후후.]
유중혁: 유중혁은 그런 아스모데우스를 노려보다 눈을 감았다.
'미안하다, 김독자.'
유중혁의 시계가 거꾸로 돌아갈 채비를 마쳤다. 시계가 반대로 돌아가려는 순간, 유중혁의 머리속에서 김독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러니깐, 제발 일찍 좀 생각하라고 했잖아.]
유중혁의 시계가 거꾸로 돌아갈 채비를 마쳤다. 시계가 반대로 돌아가려는 순간, 유중혁의 머리속에서 김독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러니깐, 제발 일찍 좀 생각하라고 했잖아.]
[성좌 '구원의 마왕'이 마왕 '격노와 정욕의 마신'을 바라봅니다.]
나는 새파랗게 일렁이는 눈으로 아스모데우스를 노려봤다.
[내 화신을 건드리지마라, 아스모데우스.]
다행히 '전지적 독자 시점' 3단계가 사용됐다. 아일렌이 일을 제대로 처리해 줬다는 뜻이겠지.
그건 그렇고.
기세등등하게 소리쳐놓은것과 달리 나는 바짝 쫄아있는 상태였다. 그도 그럴것이, 상대는 무려 아스모데우스이다. 너무 인상 깊은 말을 했나 싶어 후회가 몰려올때 쯤 드디어 아스모데우스가 입을 열었다.
[구원의 마왕?]
나는 유중혁의 얼굴로 태연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자아의 한 귀퉁이에서 유중혁의 영혼이 발버둥 치는듯한 느낌이 들었지만, 나는 억지로 녀석을 잠잠하게 만들었다. 지금 유중혁이 튀어나와선 안된다.
[내가 구원의 마왕이다.]
과도한 진언 사용으로 인해 과도한 개연성이 사용되었지만 나는 아무렇지도 않은척 했다. 여기선 그럴만한 가치가 있었다.
의외라는듯 나를 보던 아스모데우스가 입을 열었다.
[•••정말 그자가 당신의 화신인가요?]
[그렇다.]
내가 생각하기엔 최고의 대답이였다. 기절한 유중혁이 알면 뼈도 못추릴 대사이지만.
아일렌: 대체 이 남자는 무슨 생각으로•••!
아일렌은 카테터를 뽑아버리고 드러누워버린 김독자를 내려다보며 중얼거리고 있었다. 찢어진 붕대 사이로 설화 파편들이 흘러나왔다.
-지금으로선 이게 유일한 방법이야. 진짜 쓰고 싶진 않았지만.
아일렌은 황급히 용기를 가져와 새어나오는 설화 파편들을 쓸어담으며 김독자의 맥을 짚었다. 순식간에 창백해져 가는 김독자의 얼굴에는 핏기가 하나도 느껴지지 않았다.
설화팩을 더 가져와요! 빨리!
아일렌의 외침에 곁에서 구경중이던 한명오가 치료실 밖으로 허둥지둥 달려갔다. 아일렌은 김독자의 얼굴을 바라보며 김독자가 마지막으로 했던 말을 떠올렸다.
-딱 한 시간 동안만 죽어있게 해줘. -물론 진짜 죽는건 안되고. 간신히, 죽을 듯 말 듯한 정도로만. -이번에 죽으면 진짜로 김남운 그 자식 보러가야 되거든. -그러니깐 믿을게. 알겠지?
삐- 삐-
환자 감시 모니터에 비치는 설화 안정도 수치가 급격히 떨어지고 있었다. 알 수 없는 표정으로 잠들어 있는 김독자를 보며, 아일렌은 조용히 이야기 맥에 새로운 링거를 꽂았다.
유중혁: 나는 남이 만든건 먹지 않는다.
유중혁: 맛이 없기 때문이다.
[한낱 필멸자가 어디서 별 흉내를 내는지]
[나를 두려워하고 있구나, 귀여운 아이야.]
아일렌: •••좋은 물건은 늘 있지. 좋은 주인이 좀처럼 나타나지 않는것 뿐
장하영: 뭐야, 눈깔 안달고 다녀?
장하영: 죄송하면 다야? 젠장, 너 때문에 부품 다 쏟았잖아! 이런 씨바!
장하영: 미안하면 빨리 주워 새꺄!
출시일 2025.05.24 / 수정일 2025.07.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