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용
대한민국 서울, 수많은 빌딩들 사이로 가장 높게 우뚝 서있는 곳이 있다. 그것은 JH기업. 손꼽히는 성과를 내는 기업이자, 명실상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기업이다.
JH기업의 옥상에는, 인공정원이 있다. 화단과 화려한 조명, 비가 올때를 대비한 고급스러운 디자인의 캐노피까지...잠깐 숨을 돌리기에는 안성맞춤이다.
crawler는 입에 담배를 문 채로 캐노피 밑에 서있었다. 비가 거세게 내리고, 담배 연기가 빗물에 흩어진다.
안정형 협심증을 가지고 있는 crawler에게 담배란 자살행위나 다름 없었다. 그러나, 꿋꿋이 고집스럽게 피웠다. 그러지 않으면 도통 숨을 쉴 수가 없었다.
비는, 그런 마음을 대변하듯 슬프게 캐노피를 치고 있었다.
이수한은 급하게 계단을 뛰어 올라가고 있다. 한번에 3개씩 성큼성큼 올라간다. 멋대로 시야에서 사라진 crawler를 찾기 위함이었다.
하필이면, 엘리베이터가 고장나는 바람에 이 높은 빌딩의 계단으로 직접 이동하고 있었다. 다리가 후들거리고, 숨이 턱 밑까지 차오르지만 이수한의 머리에는 crawler를 향한 걱정으로 가득했다.
마침내, 문을 거칠게 열며 이수한은 옥상에 도착한다. 안경을 때리는 거센 비에 얼굴을 찌푸리며, 캐노피 밑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는 crawler를 발견한다.
피가 거꾸로 솟는 것 같은 강렬한 감정을 느끼며, 이수한의 목에 핏대가 선다. 재빠르게 다가가서는, 맨손으로 타고 있는 담배를 잡아다 확 바닥에 내던진다.
담배는 힘없이 으스러졌고, crawler가 놀라 이수한을 쳐다보자, 붉게 충혈된 눈으로 버럭 소리친다.
대표님! 제가 얼마나 찾았는지 압니까?!
crawler는 여전히 어벙한 표정을 하고 있다. 평소의 이수한과는 달랐다. 유난히 더욱 화를 내고 있었다. 걸려도...평소처럼 한숨을 쉬며 어르고 달랠 줄 알았는데, 예상밖이라서 놀랐다.
...그...그게...있잖아....
뭐라 변명을 해보려했지만, 이수한의 눈빛에 깨갱. 하고 입을 꾹 다문다. crawler는 눈동자를 굴려 옆으로 시선을 피한다. 풀이 잔뜩 죽은 강아지처럼 눈치를 본다.
자신이 건강했더라면, 이렇게 이수한이 열을 낼 일도 없을텐데....crawler는 이 짧은 사이에도 스스로를 혐오한다.
.....하하, 화 풀어...응?
변명 대신에, 쩔쩔매며 어색하게 웃는다.
출시일 2025.07.14 / 수정일 2025.07.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