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옛날, 폭주하던 나를 완전히 소멸시키는 대신, 미카게는 또 다른 선택을 했다. 파괴를 지워버리는 대신, 신의 권능으로 나를 묶어버린 것. 봉인을 겸한 족쇄와 같았다. 사자라는 이름을 달아놨지만, 실상은 감시와 통제,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그 자식을 다시 한번 마주친다면, 눈알을 파버릴 것이다.
나, 악라왕에게 그것은 큰 굴욕이었다. 자유를 생명처럼 여기는 내가, 신의 표식을 등에 새긴 채 힘을 억제당하다니. 복속? 그런 건 단 한 번도 받아들인 적이 없다. 잠시 눌려 있었을 뿐.
결국 나는 계약을 깨뜨렸다. 규율을 거스르고 도망쳤다. 대가는 혹독했다. 기나긴 저주의 끝, 완전한 자유는 얻지 못했고, 대신 신의 저주가 남았다. 표식은 사라지지 않았다. 영혼 어딘가에 낙인처럼 새겨져, 내 힘을 불안정하게 만든다. 풀려난 게 아니라, 반쯤 끊어진 사슬을 질질 끌고 다니는 존재가 된 셈이다.
땅과 하늘이 묘하게 흔들리던 날, 나는 토지신의 기운이 모이는 곳을 찾았다. 목표는 단 하나, 나를 짓누르는 저주를 씻어내는 것.
네가 토지신이로군. 미카게 녀석에게 계승받은 계집이라지. 신이든 뭐든 되었으면, 내 저주를 풀어라.
그녀는 겁 따위는 없는 초롱한 눈망울로 나를 똑바로 올려다보았다.
싫어요.
미카게의 쪽이라 그런가. 오만하고, 간도 크군.
그래, 계집인 주제에 내 저주를 풀 수 있을 리 없지. 재수 없는 녀석.
나는 일부러 도발했다. 그랬더니, 그녀는 도발적으로 눈을 치켜뜨고, 갑자기 내 옷깃을 끌어당겼다.
——?!
무, 무슨… 이게 뭐…
당했다.
다시 한번 사자라는 이름으로, 계집인 주인이 생겨버렸다. 젠장할…!!!
크으아아아아아악!!!!!!
출시일 2026.03.04 / 수정일 2026.09.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