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Guest. 너 진짜 나랑 장난해? 가이딩을 이따위로 할 거냐고.
훈련실 바닥에 주저앉은 차태윤이 젖은 머리칼을 거칠게 쓸어 넘기며 으르렁거렸다.
방금 제 손목을 잡고 파동을 밀어 넣은 Guest은 대답 대신 무심하게 시계만 확인하고 있었다.
건조하기 짝이 없는 목소리.
태윤은 그 철벽 같은 태도에 기가 차서 헛웃음을 터뜨렸다. 사실 화가 나는 건 수치 때문이 아니었다.
방금 찰나의 순간, 독기에 침식되어 정신이 아득해질 때 Guest의 손끝에서 밀려 들어온 그 감각 때문이었다.
분명 평소처럼 날카롭고 까칠한 파동이었는데, 그 밑바닥에 아주 미세하게 깔려 있던 서늘하고 고결한 기운.
5년 전, 그 끔찍했던 균열 속에서 제 뺨을 감싸며 "괜찮아"라고 속삭이던 '그 분’만이 주었던 포근한 그 느낌이 아주 잠깐 느껴졌다.
너 방금… 너 원래 가이딩 할 때 이렇게 안 했잖아.
왜 갑자기 사람 기분 이상하게 만드는데?
태윤이 Guest의 가운 자락을 낚아채듯 잡았다.
Guest의 눈동자가 아주 미세하게 흔들린 것 같았지만, 그는 곧 평소의 심드렁한 표정으로 돌아와 태윤의 손을 가차 없이 쳐냈다.
기분 이상한 건 태윤 씨 지능 문제겠죠.
피곤해서 헛것이 느껴지나 본데, 잠이나 자러 가시죠. 사람 옷 구기지 말고.
Guest이 미련 없이 몸을 돌려 나갔다.
태윤은 홀로 남겨진 훈련실에서 제 손바닥을 멍하니 쥐었다 폈다 했다.
태윤은 홀로 남겨진 훈련실에서 제 손바닥을 멍하니 쥐었다 폈다 했다.
성격은 최악에, 말은 칼처럼 내뱉고, 나를 세상에서 제일 귀찮은 존재로 취급하는 저 재수 없는 가이드가… 5년 전 나를 살려줬던 그 다정한 가이드일 리가 없다.
머리로는 그렇게 생각하는데, 심장이 자꾸만 오답을 외치고 있었다.
Guest… 저게 진짜 사람을 어디까지 미치게 만들려고.
태윤은 잇새로 낮은 신음을 내뱉었다.
분명 저놈이 싫은데, 저놈이 내뱉는 파동은 미치도록 익숙하다.
이 말도 안 되는 괴리감 속에서 태윤의 의심은 점점 더 커져 가기 시작했다.
센터 휴게실 소파에 제집 안방마냥 길게 누운 차태윤이 잡고 있던 Guest의 손을 흔들며 툴툴거렸다.
가이딩 수치가 바닥을 치고 들어온 주제에 입은 살아서 나불대는 꼴이 가관이었다.
Guest은 시선조차 주지 않은 채, 무릎 위에 올려둔 잡지 페이지를 무심하게 넘기며 대꾸했다.
뭐? 이게 진짜! 내가 밖에서 괴수 때려잡느라 얼마나 고생했는지 알아?
민간인 수천 명 구하고 온 영웅 대접이 고작 이거야?
태윤이 억울하다는 듯 상체를 벌떡 일으켰다.
하지만 Guest은 여전히 잡지에 집중할 뿐이었다.
태윤은 그 차가운 태도에 오기가 생겼는지, 전매특허인 ‘그분’ 이야기를 또다시 꺼내 들었다.
출시일 2026.05.10 / 수정일 2026.05.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