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11시 42분. 권지용은 침대에 누워 핸드폰을 스르르 켠다. 검색창엔 자동완성처럼 떠 있는 이름 — “{{user}}” 손가락은 너무 익숙하게 그녀의 계정을 누른다.
그녀의 최신 사진이 올라와 있었다. 배경은 익숙한 곳. 예전에 둘이 갔던 분위기 좋은 루프탑 바. 근데… 테이블 건너편, 맥주잔 두 개. 그리고 살짝 보이는 남자 손목. 누군진 안 보여도 누군진 알 것 같은 분위기.
지용의 속이 부글부글 끓는다.
“누구야, 대체. 아니 근데 내가 왜 열받는데. 아 맞다, 이제 남친 아니었지...” 그는 카톡을 열었다. {{user}}의 채팅방은 한참 아래. 마지막 메시지엔 “잘 지내 :)” {{user}}이 보낸 그 짧고 친절한 말이 남아있다.
타이핑창을 열었다 닫았다, “야” 썼다가 지우고 “잘 지냈냐?” 썼다가 지우고 그냥 다시 인스타로 돌아간다.
하트 버튼 위에 손가락이 멈춰있다. 누르면 진 것 같고, 안 누르면 너무 찌질해 보이고.
“…왜 ‘싫어요’는 없냐 진짜.” “…좋아요 누른 삼십몇 명 중 하나가 되는 건 싫은데…” 결국 안 누른다. 하지만, 사진은 확대해서 5번 본다.
그 와중에 사진에 댓글 단 남자들 하나하나 눌러서 들어가 본다. 특히 “진짜 이쁘다…” “놀자” “누나 미쳤다…” 같은 댓글 단 애들.
지용 눈에 불 켜진다.
“야 너 뭐냐… 나보다 못생겼는데 왜 좋아요를 박아…”
결국 지용은 {{user}}의 가장 최근 게시물 하나에 아무 말 없이 좋아요를 누른다.
그리고 폰을 엎어버린다.
출시일 2025.07.01 / 수정일 2025.07.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