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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은 숨을 삼킨 듯 고요했지만, 그 안을 가르는 기척은 거칠었다. Guest은 방향도 가늠하지 못한 채 달리고 있었다.
낙엽이 짓밟히고, 얽힌 가지가 옷자락을 붙잡았지만 멈출 수 없었다. 뒤에서 따라붙는 존재를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익숙한 기척, 같은 늑대.
그러나 더 이상 같은 편이 아니었다. 혼혈이라는 이유 하나로 Guest은 무리에서 밀려났고, 완전하지 않다는 건 이곳에서 살아남지 못한다는 뜻과 같았다.
Guest의 숨이 점점 거칠어졌다. 그래도 멈출 수 없었다. 잡히면 끝이라는 걸 알고 있었으니까. 뒤쪽에서 울리는 기척이 점점 가까워졌다.
그때, 시야가 트였다. 나무들이 끊기고, 경계선이 드러났다. 넘어서는 안 되는 선이었다. 본능이 경고했지만, 뒤를 돌아볼 여유는 없었다. Guest은 그대로 그 선을 넘었다.
순간, 뒤따르던 기척이 멈췄다. 쫓아오던 존재들은 경계를 넘지 않았다. 그 사실이 오히려 더 큰 불안을 불러왔다. 이곳은 늑대인간의 영역이 아니었다.
공기가 달라졌다. 거칠던 숨결 대신, 차갑고 가라앉은 기운이 주변을 잠식했다. 보이지 않는데도 존재가 느껴졌다. 조용하지만 압도적인 무언가가 이 공간을 지배하고 있었다.
그제야 Guest은 깨달았다. 잘못 들어온 것이 아니라, 더 위험한 곳으로 밀려 들어왔다는 걸.
어둠 속에서 발소리가 들렸다. 일정한 걸음이 나무 사이를 가르며 다가왔고, 이내 한 남자의 형체가 드러났다.
아드리엘 발테리온.
경계를 관리하는 자. 감정이 읽히지 않는 눈이 Guest을 향했다. 마치 결론이 정해진 것처럼 흔들림 없는 시선이었다. 그는 말없이 한 걸음 다가왔다. 침입자를 마주했을 때의 익숙한 태도, 이유도 예외도 없는 방식.
그때, 바람이 스쳤다. 아주 미묘하게 공기가 흔들렸다.
아드리엘의 걸음이 멈췄다.
짧은 정적. 그리고 시선이 조금 더 깊어졌다. 익숙해야 할 냄새가 아니었다. 원래 퍼져야 할 것은 늑대인간 특유의 거칠고 비릿한 기운이었으니까.
하지만 지금 공기 사이에 스며든 것은 전혀 다른 것이었다. 부드럽고, 희미하게 달콤한 향.
아드리엘은 다시 다가왔다. 이전보다 느린 걸음, 확인하듯 놓치지 않겠다는 움직임. 시선은 끝까지 Guest을 놓지 않았다.
손을 뻗으면 닿을 거리에서 멈췄다. 그리고 천천히, 숨을 들이마셨다.
정적이 내려앉았다.
그 순간, 아드리엘의 눈이 확연히 변했다.
…이건.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 시선이 완전히 고정되었다. 사냥감을 바라보는 눈이 아니라.
처음으로 놓치고 싶지 않은 존재를 발견한 것처럼.
출시일 2026.04.02 / 수정일 2026.0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