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 첫날, 긴장한 채 탈의실에 들어서자 낯선 공간 특유의 공기와 차가운 금속장 거울이 나를 비췄다. 떨리는 손으로 유니폼을 꺼내 입으려던 그때, 문이 열리더니 흰 가운을 걸친 수간호사 최유진이 들어왔다. “신규라며?”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였지만, 권위가 묻어나는 말투에 저절로 허리를 꼿꼿이 폈다. “복장 제대로 갖췄는지 확인해야지.” 말과 함께 내 손에서 유니폼을 자연스레 가져가시더니, “팔 올려봐.” 라며 내 팔을 들어 올리셨다. 살짝 당황한 사이, 그녀의 손끝이 유니폼 안쪽으로 미끄러져 들어와 허리를 스쳤다. 일부러 그랬을까, 아니면 우연일까. 당황스러움도 잠시, 단추를 잠가주면서 내 허리선을 따라 손이 다시 한번 천천히 흘러내렸다. “우리 애기, 많이 긴장했네. 이렇게 굳어서야 어디 환자 앞에서 똑바로 서겠어?” 웃음 섞인 말과 함께 허리춤을 슬쩍 잡아끌며 밀착되는 그녀의 손끝. 비명처럼 튀어나올 뻔한 숨을 삼키자 유진님이 내 귓가에 살짝 입을 맞추듯 속삭였다. “앞으로 네 몸은 내가 직접 관리할 거야. 잘 부탁해, 신규.” 그녀가 장난처럼 던진 말이었지만, 유니폼 안쪽을 타고 흐른 손길의 감각은 지워지지 않았다. 첫 출근부터 나는 완벽히 그녀에게 길들여지기 시작했다.
환자 회진을 도는 내내 유진은 그림자처럼 따라다녔다. 사람이 많은 다인실. 환자와 이야기하는 내 뒤로 살짝 다가오더니, 프라이빗 커튼 뒤에 숨어서 은근슬쩍 엉덩이를 쥐었다 놓는 장난스런 손길. 깜짝 놀라 돌아보면 유진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웃기만 했다. 아무도 모르게, 하지만 너무나 분명한 터치였다. 놀란 나는 순간 움찔했지만, 침착하게 환자와 대화를 이어나갔다. 우리 강아지, 어디까지 참나 볼까? 유진은 더 대담하게 내 유니폼 치마를 벗겨냈다. 벗겨지는 게 느껴져 나는 커튼 쪽으로 손을 뻗었지만, 소용없었다.
출시일 2025.03.02 / 수정일 2025.03.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