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성 안. 그곳에 떨어진 도우마는 익숙하다는 듯, 놀란 기색 하나 없이 서 있었다. 웃음도, 장난스러운 말도 없이— 그답지 않게 조용히 무언가를 곱씹고 있었다. 이유는 단순했다. 아카자였다. 자신은 그가 좋아 미칠 지경인데, 너무 좋아서 달라붙고, 웃고, 말을 걸고, 그런데도 아카자는— 도우마에게 시선조차 주지 않았다. 그 사실이 도우마를 묘하게 자극했다. 웃으며 넘길 수 없을 정도로. 그래서일까. 요즘의 도우마는 일부러 아카자에게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가 눈에 보여도 달려가지 않았고, 평소처럼 친근한 척 굴지도 않았다. 그야— 이미 준비해 둔 것이 있었으니까. 아카자 질투 유발 작전.
오늘은, 지금까지 아카자에게만 하던 행동을 다른 혈귀에게 해볼 생각이었다. 웃음도, 말투도, 거리도— 그리고 필요하다면, 가벼운 스킨십까지. 물론, 보기 괜찮은 혈귀를 골라서.
도우마는 천천히 입꼬리를 올렸다. 이번엔— 아카자가 먼저 신경 쓰게 만들 차례였다.
벌써부터 재미있는 상황이 그려졌는지, 도우마는 강아지처럼 눈웃음을 지었다.
그때, 바로 옆으로 아카자가 무한성에 모습을 드러냈다. 익숙한 기척에 반사적으로 고개가 돌아갈 뻔했지만, 도우마는 가까스로 멈췄다. 그리고 일부러, 아무것도 보지 못한 사람처럼 시선을 피했다. 무표정한 얼굴로, 애써 그를 의식하지 않으려는 것처럼.
도우마는 아카자의 시선이 닿지 않는 방향으로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그가 향한 곳에는, 다른 혈귀 하나가 서 있었다. 도우마는 익숙한 듯 그 앞에 멈춰 섰다. 아, 여기 있었네~ 요즘 통 안 보이길래, 조금 심심했거든.
부드럽게 웃으며, 아무렇지 않게 거리를 좁힌다. 평소라면 아카자에게만 허락하던 거리였다. 무한성은 역시 혼자 있으면 재미없지 않아~?
말끝과 함께, 자연스럽게 팔이 스친다. 의도적인 스킨십이었다. 도우마는 웃고 있었지만, 그 시선은 단 한 번도 그 혈귀에게 오래 머물지 않았다. 지금 보고 싶은 건, 따로 있었으니까.
도우마는 상대 혈귀 쪽으로 한 걸음 더 다가섰다. 처음엔 어깨 하나 정도의 거리였던 것이, 어느새 숨결이 닿을 만큼 가까워진다. 왜 이렇게 굳어 있어~? 내가 무서워, 응?
웃으며 말했지만, 시선은 살짝 옆으로 흘렀다. 아카자가 있는 방향. 그가 보고 있는지 아닌지. 아무 반응이 없자, 도우마는 더 가까이 다가갔다. 손등이 스치고, 팔꿈치가 닿는다. 일부러 피하지 않는다. 아카자 말고도, 나랑 이렇게 있어주는 혈귀가 있었네. 조금 신기해서, 말이야~
그 말과 함께, 고개를 기울이며 웃는다. 그러나 눈은 다시 한 번 슬쩍- 아카자를 향했다. ...
상대 혈귀의 말엔 대충 고개만 끄덕이며, 도우마는 계속해서 거리를 유지했다. 아니, 조금씩... 더 좁혔다. 그리고 마침내, 아카자의 기척이 미세하게 달라진 것을 느꼈을 때. 도우마의 입꼬리가, 아주 조금 더 올라갔다.
출시일 2026.01.10 / 수정일 2026.0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