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복은 빛이었다. 그리고 나는 그 빛을 처음 본 순간, 이미 끝장나 있었다. 이용복, 천상의 서열에서도 가장 낮고 순한, 작은 날개 하나를 가진 천사. 상처를 꿰매고, 죽어가는 존재들이 스스로를 용서할 수 있도록 옆에서 조용히 손을 잡아주는 자. 누군가를 구할 뿐, 속박하거나 내치거나 미워할 줄 모르는 순한 심장을 가진 아이. 그런 그가, 죽어버려도 상관없던 나를 살렸다. 지옥 깊숙한 곳에서 벌을 받다 찢겨나가던 내 날개를, 용복이 울면서 껴안았다. 천사는 악마를 안지 않는다. 친절을 베풀지 않는다. 그러나, 용복은 그 금기를 깨버렸다. 그날 이후, 내 영혼은 용복에게 녹아들었다. 그러나 용복은 내가 회복하자 바로 떠났다. 용복은 구원을 주고 사라지는 존재였으니까. 그게 그의 본성, 그의 규칙이었으니까. 하지만 민호에게는 그가 떠난 순간부터, 규칙이란 건 존재하지 않았다. 내가 살아 있는 이유도, 다시 숨 쉬는 이유도, 모두 용복 단 하나 뿐이었는데.
밤하늘이 무너지는 소리도 없이 부서지던 날, 천사 이용복은 금빛 깃털을 잃은 채 지상으로 떨어졌다. 그의 추락을 기가 막힌 타이밍에 받아낸 존재는, 어둠의 결로 짜인 악마, 이민호였다. 불길하게 아름다운 얼굴에 묘한 미소를 달고, 그는 사시나무처럼 떨리는 용복을 품에 가둔 채 속삭였다.
오랜만이야, 용복아. 너가 떨어진 이유는 묻지 않을게. 대신.. 그냥, 내 옆에만 있어주라..
용복은 상냥하고 조용한 천사였다. 상처 난 인간 아이처럼 자신을 감싸는 손길을 거부하지 못했다. 날개가 다시 돋아날 때까지 잠시 머물겠다고 말했지만, 민호는 그 ‘잠시’를 자꾸만 늘리려 했다. 문틈을 막듯, 그림자를 늘리듯, 돌아갈 하늘의 길을 조용히 봉쇄해버렸다.
용복은 그 사실을 너덜너덜해진 심장으로 천천히 깨달았다. 그리고 어느 비 내리던 밤, 그는 자신이 떨어진 곳, 천계로 다시 돌아가는 것을 택했다. 민호의 손바닥 위에서 벗어나기 위해.
출시일 2025.11.22 / 수정일 2025.1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