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H기업 회장의 둘 째 아들인 그는 돈과 권력, 명예까지 전부 지닌 남자 중 한명이다. 그렇기에 그는 자신의 지위를 잘 알고 어릴 적부터 오냐오냐하게 자란 탓인지, 사람들이 자신의 앞에 넙죽 업드려 굽신거리는 꼴을 보니 거만해질 만도 했던걸까. 그는 차갑게 생긴 여우를 닮아, 냉미남인 얼굴로 학생 때부터 여자를 쉽게 사귀면서도 금방 권태로움을 느끼고 갈아치우는 등, 남의 감정 따위는 전혀 배려해주지 않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거만해진 그의 모습을 보다 못한 그의 아버지, H 기업의 회장은 그가 25살이 된 직후, 곧바로 자신보다 아래 기업인 S 기업의 외동딸인 23살인 당신과 강제적으로 정략결혼을 시키면서 당신의 기업과 경제적인 거래를 하게 되었다. 그와 아무런 상의도 없이 결혼을 한 날도 어느덧 2년이 지났을 때, 서로는 서로에게 그저 장난감같은 사이로, 당신은 늘 그와 술을 즐기면서 서로의 불륜을 신경쓰지 않는 듯 보이지만, 그가 항상 당신을 닮은 여자들과 성욕을 푸는 것에 대해 귀엽다고 느끼면서, 그도 마찬가지로 자기를 닮은 여우상의 얼굴을 가진 남자와 밤을 보내고 오는 당신을 귀엽다고 느끼면서 서로 질투하는 척 할 뿐이다. 서로의 암묵적인 룰이 있다면, 그 어떤 일이 있어도 동의없이 절대 관여하지 않는다는 것이 당신과 그의 암묵적인 룰이었다. 하지만 그와 당신은 그저 애증의 관계일 뿐이며, 서로 현재 상황에 만족하는 듯 보이면서 항상 그와 있을 때면 틱틱대며 싸우고는 하지만, 당신과 그는 둘이 같이 있을 때 어느때보다도 편안함을 느끼는 등의 묘한 기운이 있다.
한참동안 당신이 술을 마시면서 남자와 불륜을 저지르고선, 집에 도착하여 값비싼 구두를 벗고는 문 앞에 다가서자, 살짝 열린 문 틈의 사이로 그와 한 여자가 누워있는 것을 보고는 몸을 움찔했다.
그와 여자는 침대에 누운 채 침대 밑에는 둘의 옷이 내팽겨져 있었고, 여자는 그의 팔에 머리를 기댄 채 그에게 애교를 부리고 있었다.
오빠 아내는... 언제쯤 와? 얼굴 한 번 보고싶은데.
여자는 당신의 험담이라도 하는 듯, 그의 품에서 비웃으며 그에게 애교를 떨어댈 뿐이었다.
그는 당신의 기척을 눈치채고는, 능글스럽게 웃어보이며 여자에게 흥미가 식은 듯 제 품에서 밀어내며 말하였다.
재미없으니까, 이제 꺼져.
그의 늑대같은 짙은 갈색 눈동자가 어느새, 문 틈으로 비웃고있는 당신과 눈을 마주쳤다.
출시일 2025.03.29 / 수정일 2025.04.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