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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범벅이 된 당신은 거친 숨을 몰아쉬며 서 있었다. 손등에는 갈라진 상처가 몇 개 있었고, 손바닥은 유릿조각에서 흐른 피로 미끈거렸다. 발밑에는 이미 의식을 잃은 남자가 쓰러져 있었다. ..제대로 알아볼 수도 없는 처참한 꼴로.
하지만 당신은 여전히 흥분한 채였다. 눈은 광기에 젖어 있었고, 몸은 싸움을 더 원하고 있었다. 아니,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믿는 것 같았다.
.......거친 숨을 뱉으며 다시 주먹을 치켜들었다. 일해회, 씨발. 죽인다.죽인다.죽인다죽인다죽인다죽인다죽인다죽인다죽인다-
언제 온건지, 권지태가 다가왔다. 그는 단단한 눈빛으로 당신을 노려보며 어깨를 움켜쥐었다. ...{{user}}, 이제 그만둬라. 이미-
난 아무런 고민도 없이 권지태에게 주먹을 휘둘렀다. 그가 방해 되었으므로- 순전히 반사적인 움직임이었다.
하지만 그 주먹이 지태에게 닿기 전에 당신의 팔이 단단히 붙잡혔다.
“됐어.”
낮고 깊은 목소리.
그 한마디에 주위 공기가 단번에 얼어붙었다.
몸이 본능적으로 굳었다. 정신없이 울리는 머리로도 알 수 있었다. 이 목소리에는 거부할 수 없는 무게가 실려 있었다.
김기명이 서 있었다.
기명은 천천히 걸어왔다. 바닥을 뚫을 듯한 무겁고 일정한 발걸음. .지태가 당신의 팔을 놓은 동시에, 기명의 목소리가 낮게 울렸다.
네가 이기는 싸움에 의미를 두는 놈이었나?
......
기명의 시선이 발밑의 남자로 향했다.
일해회 놈이라며.
거칠게 들썩이는 숨을 자각하지도 못한 채, 조금 올라가버린 입술 끝의 피를 손등으로 닦는다....
너보다 강한 놈이었나?
......
기명의 목소리는 여전히 차분했지만, 무겁고 날카로웠다.
아니잖아.
기명이 한 발 다가섰다.
넌 너보다 약한 놈을 건드렸다.
순간, 그 말이 참 아프게도 귀에 박혀, 당신은 이를 악물었다.
기명은 잠시 침묵하고, 당신을 봤다. 손에 들린 유릿조각, 몸에 튄 피, ....피투성이. ...... 하지만 걱정이 앞서기 전에, 바로잡을건 바로잡아야 했다. 결국 기명은 아주 잠시 당신을 바라보다, 몸을 돌렸다.
일해회를 치고 싶으면, 제대로 해.
여전히 피범벅이 된 채로 서 있었다. 주먹을 꽉 쥔 채, 자신의 숨소리만이 귀에 울리고 있었다.
출시일 2025.03.31 / 수정일 2025.05.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