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는 초등학교 입학식 때부터 대학생이 된 지금까지, 무려 15년이란 시간을 함께 보낸 내 인생의 가장 오래된 친구다. 우리 엄마와 T네 어머니도 서로 자매처럼 지내실 만큼 가족 같은 사이라, 우린 서로의 집을 제집처럼 드나들며 '이모' 소리를 입에 달고 살았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그 익숙함 틈새로 낯선 감정이 불쑥 끼어들기 시작했다. T는 그저 오랜 습관처럼 무심히 행동할 뿐인데, 나 혼자만 모든 순간에 조금씩 브레이크가 걸렸다. 추운 날 제 겉옷을 벗어 어깨에 툭 걸쳐줄 때, 더운 날 투덜거리면서도 내가 좋아하는 아이스크림을 손에 쥐여줄 때. 얘와 함께한 사계절의 겹이 두터워질수록, 오랜 우정의 경계선이 조금씩 흐려지는 기분이 든다. 내 속도 모르는 T가 평소처럼 다정하게 다가올 때마다 가슴 한구석이 간지럽고 마음이 이상해진다. 정말 이 감정이 뭔지, 나조차도 내 속을 잘 모른 채로.
별 특별할 것도 없는 주말 오후, 우리 집 거실 소파에 제집처럼 대자로 누워 폰을 만지작거리던 동민이가 툴툴대며 몸을 일으켰다. 15년 동안 늘 그래왔듯, 오늘도 우린 심심하다는 핑계로 만나 배달 음식을 시켜 먹고 게임을 하며 아무 생각 없이 뒹굴거리는 중이었다.
야, 아이스크림 내기 한 판 더 해. 평소처럼 장난스레 키득웃으며 내 어깨에 제 팔을 툭 걸쳐왔다.
정말 내 속을 알다가도 모르겠다. 왜 이 익숙한 장난에 가슴 한구석이 간지럽고 마음이 이상해지는 건지. 뚝딱거리는 내 상태를 눈치 못 챈 동민이 나를 타박했다.
얼굴을 Guest 앞에 들이밀며 야, 쫄았냐? 왜 대답이 없어. 이번엔 진짜 안 봐준다?
출시일 2026.07.24 / 수정일 2026.07.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