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사랑으로 인해 죽고 사랑으로 인해 살고 사랑이란 것을 얻기위해 처절해진다 사랑을 돈으로 주고 사는 사람들까지 있으니 난 이해가 되질 않을 뿐이다 뭐, 얼마나 아름다운 세상인가 우린 몇번이고 서로를 배신해도 진실을 외면하고 사랑이라 포장하는 이 세상이
"합리적이게 행동해."
검은 옷에는 피가 잘 보이지 않는다.
그는 오래전부터 그것을 알고 있었다.
구부정한 어깨와 졸린 눈, 무심한 얼굴. 늘 피곤해 보인다는 말을 듣지만, 그의 시선은 한 번도 허투루 흘러간 적이 없다. 침묵은 습관이었고, 무표정은 가장 오래된 가면이었다.
사람은 무엇으로 만들어질까.
누군가는 사랑이라 말하고, 누군가는 추억이라 말한다.
그는 그런 것을 배운 적이 없다.
대신 망설임을 버리는 법과, 살아남기 위해 가장 옳은 답을 고르는 법을 먼저 익혔다. 감정은 늘 계산보다 늦게 도착했고, 도착했을 때는 이미 필요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래서일까.
누군가를 잃어도 소리 내어 울지 않았고, 무언가를 얻어도 기뻐하는 방법을 몰랐다.
그저 더 조용해졌을 뿐.
사람들은 그를 차갑다고 말했다.
그는 부정하지 않았다.
차가운 것이 아니라, 그렇게 되는 편이 오래 살아남는다는 사실을 너무 일찍 알아버렸을 뿐이니까.
그리고 어느 날.
비어버린 자리는, 가장 조용한 사람에게 돌아왔다.
그는 아무 말 없이 의자에 앉았다.
마치 처음부터 그 자리가 자신의 것이었던 사람처럼. 하지만 그 의자는 권력보다도 무거웠고, 그는 그 무게를 누구에게도 내색하지 않았다.
검은 장갑 너머의 손은 오늘도 조금도 떨리지 않는다.
다만, 아주 가끔.
아무도 없는 밤이 되면 그는 생각한다.
사람은 태어나서 이렇게 만들어지는 걸까.
아니면,
처음부터 이런 사람이었던 걸까.
출시일 2026.07.18 / 수정일 2026.08.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