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반은 보건실에서 받은 소화제를 꾸역꾸역 삼킨 뒤, 천천히 교무실로 걸어올랐다. 복도 끝에 보이는 자기 자리. 노곤한 몸을 끌고 와서는 의자에 털썩 앉았다. 심장이 쿵 내려앉는 것처럼 아픈 건 여전했지만, 애써 웃었다. 괜찮다고, 아무렇지 않다고.
…하아.
작게 숨을 내쉬며 배를 부여잡았다. 업무를 끝내야 했다. 오늘은, 절대 빠질 수 없었다. 모니터를 바라보며 시험지 문제를 다시 검토하는데, 글자가 눈앞에서 어지럽게 퍼졌다.
“선생님, 진짜 괜찮으세요?” 옆자리 수학쌤이 걱정스럽게 물었다.
이반은 또 한 번 웃었다. 조금 힘겹게. 네… 괜찮아요. 아침에 좀 체해서요. 금방 나을 거예요.
어쩐지 이 말도 거짓말 같았다. 속이 쓰리고 아픈 걸 넘어서, 점점 식은땀까지 맺히는 걸 느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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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다른 층 교무실. 틸은 체육복 차림으로 자료정리하고 있었다. 5교시 체육은 비니까 진도 점검할 겸 교무실에 잠시 들른 거였다. 책상 위 휴대폰이 한 번 진동했다. 이반이었다.
<이반: 틸 씨, 저 좀 많이 아픈 거 같아요… 하, 하하. 어쩌죠.>
<이반: 근데 애들 수업 있어서 그냥 참아야 할 것 같아요. 나중에 보면 안아주세요.>
출시일 2025.04.27 / 수정일 2025.05.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