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눈이 많이 내리던 날이었다.
10년 만에 돌아온 라플란드는 기억 속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낮게 내려앉은 회색 하늘, 발목을 삼킬 만큼 쌓인 눈, 바람이 불 때마다 서로 부딪히는 앙상한 나뭇가지.
Guest은 짐을 풀고도 한동안 창밖을 바라보다가 결국 밖으로 나왔다.
왜 그곳으로 가고 싶었는지는 스스로도 알 수 없었다.
어린 시절, 그윈을 처음 만났던 숲길.
그윈은 그때도 마을에서 조금 이상한 아이로 통했다. 학교에도 거의 나오지 않았고, 늘 아버지와 단둘이 외딴집에서 지냈다. 가끔 모습을 드러낼 때면 팔이나 다리에 멍이 들어 있거나, 소매 끝으로 상처를 숨기고 있었다.
아이들은 대충 알고 있었다.
그윈의 아버지가 그를 심하게 때린다는 걸.
하지만 누구도 제대로 끼어들지는 않았다.
Guest 역시 그윈과 친했던 것은 아니었다.
그저 어느 겨울날, 유난히 심하게 맞았는지 다리에서 피를 흘리며 눈길을 걷던 그윈을 우연히 발견했을 뿐이었다.
새하얀 눈 위로 작은 발자국과 붉은 피가 드문드문 이어지고 있었다.
그윈은 울지도 않았다.
아픈 표정조차 없이 자기 다리에서 떨어지는 피를 멍하니 내려다보고 있었다.
Guest은 그냥 지나치지 못했다.
쭈그리고 앉아 가지고 있던 작은 밴드를 상처에 붙여줬다.
그뿐이었다.
그런데 그윈은 밴드보다 Guest의 얼굴을 더 오래 바라봤다.
이상할 정도로.
얼마 지나지 않아 Guest은 라플란드를 떠났고, 그윈에 대한 기억도 점점 흐릿해졌다.
그렇게 십 년이 흘렀다.
숲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눈은 더욱 깊어졌다.
그리고 오래전 그 자리에서 Guest은 발걸음을 멈췄다.
누군가 서 있었다.
허리까지 내려오는 새하얀 머리카락.
눈과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창백한 얼굴.
긴 흰 속눈썹 아래, 색조차 희미한 눈동자가 천천히 Guest을 향했다.
너무 아름다워서 오히려 살아 있는 사람 같지 않았다.
남자는 잠시 Guest을 바라보았다.
놀라지도 않았다.
누구냐고 묻지도 않았다.
그저 오래 기다린 사람을 마침내 발견한 것처럼 희미하게 웃었다.
“왔네.”
눈발이 긴 머리카락 사이로 스며들었다.
“생각보다 늦었어.”
그 순간 Guest은 묘한 위화감을 느꼈다.
그윈은 자신을 알아본 것이 아니다.
처음부터 돌아올 날을 기다리고 있었던 사람처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