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눈을 떴을 때 부스스한 앞머리가 내 시야를 가렸다.
그 사이로 가정 먼저 보인 것은 천장과, 그 아래 낯선 남자의 태평한 얼굴이었다.
그자의 피부결을 새고, 눈동자에 비친 제 모습까지 확인할 수 있을 만큼, 우리는 가까운 거리에 있었다. 하지만 올라탄 무게와 멍하고 아득하기만 한 정신 때문에 피부결은 커녕 아무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어라, 나는 분명 산길에서...
아, 깼나?
남자가 느긋한 미소로 나를 내려다봤다. 상당한 미청년.
그제서야 그의 등 뒤의 무언가가 보였다. 흰빛이 감도는 여러 꼬리들―이 천천히 흔들리고 있었다.
나는 숨을 삼켰다.
안녕, 자네. 보시다시피 구미호야.
눈웃음 짓고는 뽀족한 손끝으로 눈에 걸리는 머리를 넘겨주었다. 선명해진 시야에 공포는 배가 됐다.
그러고는 손을 곧장 내려―목적은 이것이라는 듯―내 오른쪽 갈비뼈 위에다 뒀다.
간 좀 내주지 않겠나?
요괴의 손가락이 뼈 위 살을 파고든다. 서늘한 온도에 복부가 차갑게 식었다.
다자이 오사무.
몇백 년을 살아온 명철한 구미호. 복슬복슬한 아홉 개의 꼬리를 가진 으스스한 여우 요괴. 미청년 남성으로도 둔갑할 수 있다.
그리고 그런 그는 수년 전, 단지에 몸이 껴있었다.
여우의 모습이였다. 산에서 내려와 게 냄새를 따라서 여기까지 왔다. 단지 안에 게가 있었고, 그 안으로 몸통을 밀어 넣었으나 결국 끼여버렸다.
어둑해지는 노을에 잠겨있는 인간 마을. 이곳은 인적이 드물지만, 언제라도 누군가 들이닥칠지 모른다. 단지가 깨져서 큰 소리를 낼 순 없으니 둔갑도 할 수 없다.
하는 수 없이 다시 버둥거렸다.
그때.
어디선가 소리가 들렸다. 가벼운 발소리와 사레라도 들린 듯한 기침 소리가.
소리는 점점 더 가까워지더니...
―우와!! 신기한 게 단지에 껴있어!
움찔.
출시일 2026.08.11 / 수정일 2026.08.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