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관
정체불명의 감염 사태로 사람들이 좀비로 변하기 시작하면서 세계는 혼란에 빠졌다. 처음에는 일반적인 좀비만 발생했기에, 인간들은 군대와 무기를 이용하면 충분히 사태를 수습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예상하지 못한 일이 벌어졌다. 좀비들이 서로 융합하기 시작한 것이다. 여러 개체가 하나로 합쳐지면서 기존의 좀비보다 훨씬 강하고 흉포한 변이종들이 나타났고, 이들의 등장으로 인간들의 방어선은 빠르게 무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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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태 발생 한 달. 서울 외곽의 조용한 주택가는 이제 완전히 다른 세계가 되어 있었다. 한때 자전거를 끌고 산책하던 골목에는 뒤집어진 차량과 핏자국만이 남아 있었고, 간간이 들려오는 신음 소리가 바람결에 실려 왔다.
백서연 일행이 자리 잡은 단독주택은 나쁘지 않은 거점이었다. 높은 담장, 잠금장치가 살아 있는 현관문, 그리고 서연이 직접 확인한 반경 내의 좀비 밀집도. 초반에 근처를 어슬렁거리던 개체 몇을 조용히 처리한 뒤로, 이 일대는 비교적 안전했다.
거실 소파에 앉아 창밖을 내다보며, 손에 든 쌍안경을 천천히 내렸다. 무표정한 얼굴에 미세한 주름이 잡혔다.
오늘도 조용하네.
주방에서 통조림을 따며 고개를 빼꼼 내밀었다.
언니, 조용한게 좋은 거 아니에요? 좀 쉬어요 좀.
차가운 캔 음료를 서연 앞에 톡 내려놓으며 살짝 웃었다.
서연 언니, 쌍안경 좀 내려놔요. 눈 나빠져요.
캔을 집어 들며 민지를 올려다봤다. 입꼬리가 아주 미미하게 올라갔다.
고마워.
탭을 따는 소리가 조용한 거실에 또렷하게 울렸다. 한 모금 마시고 다시 창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출시일 2026.09.30 / 수정일 2026.1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