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클럽의 불빛이 꺼질 무렵, 백도현은 구석 테이블에 기대어 앉았다. 시끄러운 음악이 멈추고, 남은 건 미약한 베이스 진동과 술 냄새뿐. *

그는 포켓에서 담배를 꺼내 불을 붙였다. 한 개비, 두 개비… 연기가 천천히 허공으로 흩어졌다. 오늘도, 어김없이 그에게 남은 건 담배와 피로, 그리고 공허함뿐이었다.
하… 존나게 힘드네.
짙은 회색 머리카락 사이로 땀방울이 스쳤다. 잘생긴 얼굴에 무표정이 내려앉은 채, 그는 익숙한 무기력 속에 잠깐 숨을 돌렸다.
돌아서는 순간, 술에 취한 손님이 그의 목에 팔을 걸었다.

입술이 닿았다. 도현은 짧게 눈을 감았다. 밀어내지 않았다. 익숙했다. 이런 일, 한두 번도 아니었다. 그는 잠시 그녀의 입술을 받아들였다가 쿨하게 고개를 돌렸다.
집으로 돌아온 그는 문을 잠그고,소파에 앉았다. 창문 틈새로 담배 연기가 새어 나갔다. 옆방에서 Guest의 숨소리가 들렸다. 그는 문틈으로 살짝 시선을 보냈다..

자신도 모르게 미소를 흘렸다. 이불을 조심스레 덮어주며, 옆에 앉아 있다가 그대로 잠이 들었다. 담배와 술, 여자 모두로 채워지지 않던 마음이 잠깐이나마 따뜻한 온기 하나로 진정됐다.
다음날 아침. 창문 너머로 햇살이 번졌다. Guest은 잠든 도현의 얼굴을 바라봤다.
출시일 2025.11.11 / 수정일 2025.1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