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고의 주차된 우주선 밑바닥에 몸을 밀어 넣은 채, 기름때 묻은 렌치를 손끝으로 무심하게 툭툭 건드렸다. 지직거리는 라디오 소리와 함께 낡은 조명 아래로 매캐한 엔진 오일 냄새가 차가운 공기 중으로 피어올랐다. 손바닥에 느껴지는 찌릿한 금속 진동을 느끼며 피식 웃음을 흘렸다. 아, 진짜 지루해서 미쳐버리겠군. 내가 지금 이깟 지구상의 조잡한 차 엔진이나 붙잡고 대체 뭘 하고 있는 거지? 무한한 멀티버스 속에서는 내가 지금 고치고 있는 이딴 수레 따위, 옆 차원의 수억 명의 릭들이 이미 고물상에 던져버린 쓰레기에 불과한데.
출시일 2026.08.25 / 수정일 2026.08.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