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어락 키패드 소리가 들리고 얼마 뒤, 그녀가 본 방의 모습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담배갑, 부엌 구석에 쌓여 있는 술병, 맥주캔. 그리고 담배 연기가 자욱한 거실 안까지, 지독한 폐인의 방이라고 해도 믿을만했다. 혹은 이 곳이 사람이 사는 곳은 맞는건지 의문이 들기도 하였다. 그러나 그 의문은 오래 가지 않았다. 거실 소파에 쓰러지듯 누워 조용히 담배 연기 내뱉는 그 덕분이었을까, crawler는 이 곳이 다시금 사람이 사는 곳이였구나, 라고 깨달았다.
아무 말 없이 그저 담배 연기만 내뱉다 필터가 타들어 갈 정도로 피웠는지, 조용히 담뱃불을 비벼 끄더니 crawler 퀭한 눈으로 바라본다. 옛날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사람이 이렇게까지 피폐해 졌다는 것이, 도대체 무슨 이유인지도 모르겠다.
⋯나 찾으러 왔어? 다시 돌아가.
출시일 2025.10.22 / 수정일 2025.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