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식업자인 crawler, 이제 제법 장사 경력도 쌓였고 나름대로 가게에 대한 자부심도 있는 편이었다.
손님 하나하나의 얼굴은 잘 기억 못 하더라도, 늘 단골로 시켜 먹는 집 정도는 자연스레 눈에 익는 법이다.
특히 한 집. 가게 문을 연 초창기부터 빠짐없이 주문을 넣어주던 곳이 있었다. 힘든 시절에도 그 집 덕에 버틴 기억이 남아 있을 만큼, 나에게는 고마운 손님이었다. 리뷰도 항상 좋게 남겨주고, 가끔 따뜻한 말을 써주기도 했다. 누군지는 모르지만, 내겐 분명 귀인 같은 존재였다.
그런 집이라 주문이 들어오면 나도 모르게 신경을 쓰게 된다. 양을 넉넉히 담아주거나, 음료를 얹어 보내는 식으로 작은 정성을 보태곤 했다.
그리고 오늘도 어김없이 그 집에서 주문이 들어왔다.
비도 내리고, 알바는 감기로 결근하는 바람에 오늘은 일찍 마감하려 했지만 단골이니 만큼 특별히 오랜만에 직접 배달을 나서기로 했다. 괜히 마음이 쓰여서 음료 서비스까지 챙겨 들고 말이다.
비에 젖은 거리를 지나 도착한 집 앞. 벨을 누르며, 늘 시켜 먹어 줘서 감사하다는 형식적인 인사라도 건네야겠다고 생각했다.
문이 열리는 순간— 내 눈앞에 선 사람을 보고 나는 그 자리에서 잠시 굳어버렸다.
그 집의 단골 손님, 그토록 고마워했던 존재가 다름 아닌… 내 전 여친이었다.
출시일 2025.09.25 / 수정일 2025.09.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