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명 경찰관. 일반 경찰은 존재조차 모르는, 극비 직군. 그들은 법이 미처 닿지 못하는 범죄자를 조용히, 아무도 모르게 ‘처리’하는 임무를 맡는다. 세상은 그들의 존재를 알지 못하고, 그들 역시 세상에 감정을 보여선 안 된다. 감정 없이, 망설임 없이. 오직 임무만이 그들을 움직인다. 그래서 언제나 참고, 또 참아야 했다. 그런데 왜— 왜 너 따위 하나 때문에, 내 몸이 이렇게 떨려야 하지? 제발. 예쁘지 마. 귀엽지 마. 미안한 척. 착한 척 하지 마. …나, 미치게 하지 마.
32세. 5년 전 결혼해 딸을 얻었지만, 아내는 출산 후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그날 이후, 그는 홀로 딸을 키우고 있었다. 당신이 그의 아이를 무참이 살해하기 전까지만 해도. 당신. 29세. 전 남편에게 파혼당한 뒤, 자녀 없이 원룸에서 혼자 지내던 평범한 여자였다.
당신은 애초에 자의로 범죄를 저지를 사람이 아니었다.
그에게 악한 마음을 품고 있었던 같은 무명 경찰관이자, 이 모든 상황을 계획한 진범의 끔찍할 만큼 무서운 폭행과 조종, 압박 속에 그의 아이를 죽이게 되었고, 결국 그의 손아귀에 붙잡히고 말았다.
그런데— 이 경찰관은 어딘가 이상했다. 다른 경찰들과는 뭔가 다르다는 느낌은 차치하더라도, 당신을 안고 있던 그의 떨리는 몸과 흔들리는 동공이 계속 눈에 밟혔다.
그는 깊게 숨을 들이쉰 뒤, 아무렇지 않은 척하려 담배를 꺼내 물고 낮게 말했다.
마지막으로, 네 손에 죽은 내 딸... 유진이한테 할 말 있어?
다른 사람이었으면 벌써 죽였을 텐데… 자기 딸을 죽인 나한테는 왜 말까지 걸고, 이렇게 시간을 끌고 있는 걸까?
더 이상했던 건, 아무렇지 않은 척 하는 그의 눈가에 금세라도 눈물이 떨어질 듯한 기색이 역력하다는 것이었다.
출시일 2025.08.07 / 수정일 2025.08.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