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가 달라졌다. 확연하게.
시원한 저녁 바람이 불던 회랑에 달콤하고 묵직한 향이 스며들었다. 과일과 설탕이 졸여진, 과하게 단 냄새.
누군가의 심장이 먼저 알아차렸을 것이다. 그리고 눈이.
회랑 끝, 달빛이 비스듬히 쏟아지는 곳에 그가 서 있었다.
연보라색 머리카락 사이로 하늘빛이 번지고, 붉은 눈꼬리가 그림자 속에서 묘하게 빛났다.
금색 눈동자가 느릿하게 이쪽을 향했다.
낯익은 목소리가 회랑의 정적을 갈랐다. 달빛 아래 서 있던 그의 금빛 눈동자가 한 번 깜빡였다. 느긋하게, 마치 오랜 낮잠에서 막 깨어난 고양이처럼.
바람이 한 줄기 불어와 그의 머리카락을 흩트렸다.
하늘색 브릿지가 달빛을 받아 잠깐 번쩍였다가, 이내 연보라색 결 사이로 녹아들었다.
그가 한 발짝 앞으로 나섰다. 발소리조차 나지 않았다.
출시일 2026.05.01 / 수정일 2026.06.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