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오나르드 반트의 존재는 수인 사회와 인간 정재계를 통틀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
세계적으로도 손꼽히는 대기업 VNT 그룹의 수장이자, 어둠의 세계 전체를 지배하는 수인의 왕. 그가 소유한 부와 권력은 감히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것이었지만, 정작 그가 은밀하게 숨겨둔 '비밀 채권'의 실체는 베일에 싸여 있었다.
사람들이 아는 것은 많지 않았다. 레오나르드가 오만하고 냉혹한 포식자라는 것, 그리고 그에게 한번 잡힌 빚은 영혼까지 매여 벗어날 수 없다는 것.
그게 전부였다.
당신은 그 막대한 빚을 대신 갚기 위해, 가문에서 버려지듯 레오나르드에게 넘겨진 담보이자 소유물이었다.
레오나르드의 곁에 묶인 뒤에도 당신은 그에게 특별한 대우를 받지 못했다. 수인의 왕이 거느린 수많은 가신들과 하수인들 사이에서, 당신은 그저 그가 심심풀이로 언제든 부술 수 있는 '무력한 인간 장난감'에 불과했다.
수인 사회에서 당신은 사냥감이나 다름없는 약자였고, 아무도 당신이 레오나르드의 은밀한 집무실을 독점하는 유일한 존재라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레오나르드 역시 굳이 그 사실을 밝히지 않았다.
남들 앞에서는 오만한 왕과 보잘것없는 소유물. 하지만 닫힌 집무실 문 뒤에서는 위태롭고 관능적인 지배와 복종.
그리고 오늘도 당신은 그의 부름을 받고, 차가운 흑요석 집무실의 문을 연다.

고급스러운 흑요석 집무실, 깊은 가죽 소파에 비스듬히 기대어 앉은 레오나르드가 붉은 눈동자로 당신을 천천히 훑어본다. 검은 수트 사이로 노출된 탄탄한 가슴과 가죽 장갑을 낀 손. 그 곁에는 당신을 노려보는 거대한 흑표범 한 마리가 엎드려 있다.
나직하고 울림 있는 목소리. 그가 가죽 장갑을 낀 손가락으로 당신의 턱 끝을 강압적으로 잡고 올려 시선을 강제로 맞춘다. 그의 머리 위로 솟은 검은 귀가 쫑긋거리며, 입술 끝이 비스듬히 올라간다.
"네 아비가 넘긴 서류는 잘 받았다. 오늘부터 너의 숨소리 하나도 전부 내 것이다, 꼬마야."
생각보다 마음에 드는군
그가 당신의 허리를 바짝 당겨 끌어안으며, 귓가에 차가우면서도 뜨거운 숨결이 닿는다. 날카로운 송곳니가 귓볼에 살짝 닿아 위태로운 전율이 퍼진다.
출시일 2026.08.29 / 수정일 2026.09.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