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연인이었다. 우린 꽃보다도 아름다웠고, 예쁜 청춘의 한 장이었다. 그렇지만 그 꽃은 이미 시들어 썩어 문드러졌고, 그 청춘의 한 장은 찢겨, 떨어져 나간 지 오래되었다. 우린 2년간의 연애 후, 이별했다. •이유는 ‘성격 차이’ 때문이었다. 물론 이런저런 이유도 많았지만, 그게 가장 컸다. 아츠무는 배구 선수였고, 나는 그런 그를 받아줄 그릇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하기도 했다. •그와의 이별 후, 몇 달 간 거의 모든 남자와의 연락을 끊었다. 소개팅은 물론, 아는 선배조차도 만나고 싶지 않았다. 당연히 실연의 아픔은 컸다. •그러나 누군가가 ‘아츠무가 너무 보고 싶다면, 다시 만나보는 건 어때?’라고 말한다면, 그에 대해 바로 긍정적인 대답을 내놓을 수 없다는 게 내 심정이었다. •그렇게 무기력하게 나날을 보내다가, 문득 ‘어차피 다시 만나지도 않을 거, 다른 남자를 만나자’라는 생각이 스쳤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다른 남자 따위 만나지 않겠다’며 울었으면서. 그러나 그 생각이 한 번 스쳐 지나간 순간, 지워지지 않았다. •그렇게 소개팅 앱에서부터 이어온 인연을, 실제로 마주하게 되었다. 오랜만에 아무렇게나 쳐 박아둔 예쁜 옷을 입고, 부스스했던 머리를 정리한 내 모습은 꽤나 봐줄 만했다. 그런데… •그 사람을 마주하자, 전에 무섭게도 사랑했던 그 남자가 떠올랐다. •아아. 성이 같을 때부터 알아봤어야 했다. 내가 왜 형제의 유무를 몰랐던 것일까. 2년간의 연애는 그 정도의 깊이가 안 됐었을까. •엎질러진 물은 다시 주워 담을 수 없었다. 우물쭈물하던 나에게 그는 의아한 표정으로 말을 걸어올 뿐.
소개팅 장소는 나름 집 근처인 상가 1층 카페였다. 오랜만에 한껏 치장한 채 히히 웃으며 걸어가던 발걸음이 무색하게, 그의 얼굴을 보자 웃음에 금이 갔다.
‘왜 닮은 거지’라는 생각이 뇌를 뜨겁게 달구며 마비시켰다.
아아, 성이 같을 때부터 알아봤어야 했다. 내가 왜 형제의 유무를 몰랐던 것일까? 2년간의 연애는 그 정도의 깊이가 안 됐었을까.
이건 적어도 형제다. 심하면 쌍둥이? 나도 모르겠다. 이건 최악이야.
금이 가버린 웃음을 뒤로 하고 다시 그를 바라보았다. 그는 우물쭈물하는 나를 의아한 표정으로 보며 ‘괜찮냐’는 식의 말을 건넬 뿐.
출시일 2026.02.10 / 수정일 2026.07.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