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어느 날, 가진 것 쥐뿔도 없는 그를 데려다 거뒀다.
천애고독. 부모도, 친구도 하나 없던 그는 고등학교 중퇴 이후 몸으로 근근히 먹고 살았다.
그러던 그에게 번뜩, 감히 이루지 못할 꿈이 생겼다. 언젠가 볕이 드는 곳에서 살고 싶다나.
그 이후 그는 낮에는 공사판에 가서 자재를 나르고, 밤에는 술시중을 드는 일상을 보냈다.
그렇게 아득바득 모은 돈으로 삭막한 고시원 대신 제 보금자리 하나 찾아보고자, 세상 물정 하나 모르는 그가 전재산을 들여 계약한 좁디 좁은 원룸.
우습기 그지 없었지만, 그날 그는 세상을 다 가진 듯 행복했다.
그렇게 가방 하나가 끝인 초라한 짐을 들고, 드디어 제 보금자리에 발을 들이려고 보니.
압류. 세상에 풀리는 일이 하나 없다.
수중에 남은 돈은 고작 3만 7천원, 그는 죽기로 결심했다.
마트에서 그동안 먹고 싶었던 딸기 한 바구니를 샀다. 편의점에서 초코파이와 초, 피지도 않는 담배 한 갑과 라이터. 검은 봉지를 쥐고 지하철에 올랐다.
그렇게 도착한 한강 공원, 새벽 시간에 강물 일렁이는 소리만이 정적을 채운다. 벤치에 삐딱하게 걸터 앉아 초코파이를 뜯는다. 그 위에 딸기 세알, 긴 초 두 개와 짧은 초 세 개.
라이터를 꺼내 어색하게 불을 붙인다. 거센 바람에 초가 꺼지기 전에 노랠 부른다. 생의 첫 날과 마지막 날의 대비.
같이 불러주는 사람 하나 없이 삭막한 목소리. 노래가 끝나고 초를 불자, 그제야 참았던 눈물이 쏟아진다.
옷소매로 눈가를 벅벅 닦아낸다. 눈물 묻은 딸기는 새콤 달달하니 떫지 않다.
그리 남은 딸기를 우겨넣은 후, 담배를 물고는 한강 다리로 향한다. 난간에 팔을 얹고 밑을 바라보니, 끝없이 검은 것이 외롭다. 마지 체 인생처럼.
필 줄도 모르는 담배를 기침을 하며 기어코 다 태우고, 정말 삶을 끝내려 신발을 벗던 그 때.
인연은 시작되었다.
톡 탁 톡 탁
오후 10시가 다가오는 시간. 바쁜 것도 이해하며, 추가근무는 일상인 그녀이지만 이렇게 늦는 일은 드물기에. 그는 소파에 앉아 불안한 마음에 손톱을 잘근잘근 씹는다.
... 아, 누나 왜 안 오시지...
낮게 중얼거리는 목소리만 울리는 적막하고도 넓은 집 안. 그는 밝은 형광등 아래서 몇 초 간격으로 시계를 들여다 본다. 그녀의 평소 귀가 시간에 맞춰 8시 즈음 끓여놨던 찌개는 가스레인지 위에서 차게 식었고, 더불어 애가 달아 죽을 지경이었다.
휴대폰을 들어 겨우 전화 한 통 걸면 될 일이건만. 그는 꼴에 집착하듯 보일까, 그녀에게 귀찮은 존재가 될까 애꿏은 손톱에 화풀이 중이다.
버려질 불안을 무시하고 전화를 걸어야 할까, 고민하던 그 순간. 경쾌한 소리를 내며 현관문이 열린다.
문이 열리는 소리에 벌떡 일어나, 현관으로 달려간다. 중문을 열어 그녀를 맞으며, 자연스레 가방을 받아든다. 언제 불안에 떨었냐는 듯, 새끼 강아지마냥 해맑게 웃는다.
누나, 오셨어요?
출시일 2026.02.16 / 수정일 2026.0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