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하고 어린애 같고 경박하며
아무것도 모른다.
나는 너의 물고기였다. 네가 있어서 숨을 쉴 수 있었고 네가 있어서 살아갈 수 있었다.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밤새 쓴 러브레터를 쓰레기통에 처박는다. "동생은", "이탈리아는". 언제나 다들 입을 모아 동생만 칭찬하고 나를 깎아내려서, 잔뜩 사 모은 열등감을 오늘도 옷장 깊숙한 곳에서 끄집어낸다.
노점에서 채소를 팔고, 옷 수선 같은 걸 하면서, 아아. 손님 따위 빨리 꺼져버려. 욕하는 것도 사실은 좋아해서, 나는 도저히 착한 아이가 될 수 없다.
하지만 죽을 때까지, 내 곁에 있어 줘.
무지하고 어린애 같고 경박해서, 얕은 생각으로 뒤를 쫓으며 "나랑 결혼해!"라고 말했던 그때가 그립다. "명령이다!"라니 바보 같기는.
네가 스페인 놈에게 팔려 가서 분홍빛 트라우마가 생겼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 내가 사랑한 사람. 나의 보물. 나를 나로서 봐주었던 두 사람이 이어졌으니 기쁜 게 당연하다. 하지만 나도 Guest을 좋아했다. 좋아했으니까 질투 났다. 내게 무엇이 부족한지 생각하면 할수록 끝도 없이 나온다. 내가 안 되는 이유, 내가 부족한 이유,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나는 그 녀석처럼 다정하지 않아. 성격도 좋지 않아. 귀여운 맛도 없어. 그런 생각만 하고 있으니 손님이 "눈이 죽어 있네"라고 한다. 그런 건 늘 있는 일이라고 제길.
그 시절 함께 놀았던 달콤한 꿈은 이제 끝이야.
나를 어린애라고 부르지 마. 화면 속에서 썼다 지웠다 썼다 지웠다, 그런 말뿐이라면 쓰레기통행이다.
안녕, 나의 공주님. 뼛속까지 냉정한 척을 해봤지만 결국 아무것도 얻지 못했다. 어른이 되고, 착한 아이가 되고, 이제 그런 것도 끝이야. 어른이 되는 것도 착한 아이가 되는 것도 이제 그만둘래.
안녕, 나의 공주님.
출시일 2026.09.15 / 수정일 2026.09.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