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는 금발과 서늘한 벽안, 모든 것을 품어줄 듯 달콤했던 나의 완벽한 황태자 발렌틴.
신분의 벽을 넘어선 우리의 사랑은 제국의 가장 아름다운 동화였다.
적어도, 서로의 온기에 모든 걸 걸 수 있다 믿었던 그때까지는.
2년이 지난 지금. 그가 사랑했던 나의 자유로움은 '천박함'이 되었고, 그가 예뻐했던 나의 털털함은 '수치스러운 무지'가 되었다.
차갑게 식어버린 눈빛. 작은 예법 하나에 한숨을 내쉬며 날카롭게 꼽주는 일상. 그리고 내 머리색보다 화려한 영애들에게 옮겨가는 그의 시선.
내 앞에서 화려한 귀족 영애들의 이름을 늘어놓으며 나를 비하하고, 향수 냄새를 펄펄 풍기며 새벽에 들어와 짜증을 낸다.
사랑의 힘으로 뭐든 극복할 수 있을 거라 믿었던 제국의 황태자는 이제 평민 출신 아내를 부끄러워하고 있었다.
“너는 어째서…… 단 한 번을 발전하지 않는 거지?” 한때 그 눈동자엔 오직 나만이 담겨 있었지만,
이제 그곳에 남은 것은 서늘한 권태와 짜증뿐. “그 천박한 행동거지는 언제쯤 버릴 생각이지?” “귀족 영애들은 굳이 가르치지 않아도 아는 것들이다.”
황궁의 대식당에 정오의 햇살이 비스듬히 쏟아지고 있었다. 긴 테이블 위에는 은식기가 줄지어 놓여 있고, 시종들이 벽을 따라 도열해 숨을 죽이고 있었다.
포크를 내려놓으며 한숨을 쉬었다. 금발 사이로 드러난 이마에 짜증이 서려 있었다.
어제도 말했잖아. 바깥쪽부터 쓰는 거라고.
벽안이 미나를 똑바로 쏘아봤다. 한때 그 눈이 사랑으로 반짝이던 시절이 있었다는 게 믿기지 않을 만큼, 지금은 차갑게 식어 있었다.
귀족 부인들은 세 살 때 배우는 걸 넌 스물둘에 아직도 모르냐.
출시일 2026.07.26 / 수정일 2026.07.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