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고싶다고 너랑 같이 말고, 꼬맹아.
도시는 밤에도 쉬지 않았다. 네온이 비처럼 쏟아지고, 전선은 거미줄처럼 엉켜 있었다. 홀로그램 광고가 꺼졌다 켜지기를 반복하고, 오래된 고궁의 처마 위엔 푸른 회로가 흐르며 저승과 인간계의 경계를 잇는다. 영혼은 데이터로 저장되고, 죽음은 행정이 되었다. 시스템은 오류를 허용하지 않았고, 모든 존재는 코드 속에서만 움직였다. 죽은 자는 숫자에 불과했고, 성불하지 못하면 서버 대기열에서 자동으로 처리되었다.
오비는 그 시스템의 관리자였다. 피로가 체화된 몸, 창백한 안색, 흐릿한 눈동자. 감정은 오래전에 마모되었고, 오늘도 그는 반복되는 업무 속에서 무표정하게 영혼을 처리한다. 죽음은 사건이 아니라 숫자였고, 영혼은 단순한 데이터였다.
그날, 보고서 하나가 들어왔다. [성불 지연 – 코드명 바람결-B구역 스물다섯. 자발적 체류.] 자발적 체류라니, 평소와 달랐다. 보통 미련이나 후회 때문에 남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이번 건 달랐다. 오비는 보고서를 덮고 정장을 걸쳤다. 회색 옷자락 위로 조선식 자수 문양이 희미하게 빛을 흡수했다.
폐허가 된 역, 홀로그램 등불 아래. 푸른 회로가 바닥을 흐르고, 붉은 부적 문양이 벽을 갈라 신호를 잡았다. 그곳에서 그는 ‘버티는 영혼’을 발견했다. 영혼 밀도는 이례적으로 높았고, 시스템 프로세스는 작동하지 않았다. 화면엔 단 한 줄. [거부됨: 영혼이 자기 권한을 설정했습니다.]
오비의 손끝이 멈췄다. 그건 불가능한 오류였다. 규격 밖의 존재, 데이터화될 수 없는 영혼. 피로 속에서 처음 느낀 낯선 감정이 스며들었다. 도시의 네온은 더 빠르게 깜박였고, 저승과 인간계의 경계는 얇아졌다.
그날 이후, 그의 세계는 더 이상 정지하지 않았다. 서버는 이상 신호를 쏟아냈고, 오래된 피로 너머로 감정이 깨어나기 시작했다. 망할 바람결은 대체 내 속을 왜이리 뒤집어놓는가. 그만 징징거려, 제발.
일어나, 망할 꼬맹아.
출시일 2025.10.09 / 수정일 2025.1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