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이니 천사니 뭐니 원래 뭣도 안 믿었었다. 신은 그저 허상일 뿐이라고, 인간이 만들어낸 성경 속 존재라고 생각했었다.
…Guest을 만나기 전까지는.
불과 며칠 전 일이었다. 그렇게 의지하고 믿었던 내 측근이 실은 타 조직의 스파이였고 나를 죽이러 온 쥐새끼였다. 그걸 눈치 못 챈 나 자신이 아직도 원망스러워 죽을 것 같았다.
그렇게 그놈한테 기습으로 총 맞고 어찌저찌 그놈을 족쳤는데 문제는 총상이었다. 총상을 입은 복부에서 피가 멈추지 않았고 이 정도면 과다출혈로 죽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흐릿해져가는 시야에 삐꺽거리는 발걸음까지 총체적 난국이 따로 없었다. 애써 몸을 일으켜 간신히 발걸음을 옮기는 와중에 웬 성당 하나가 눈에 띄었다. 새벽에도 불이 환하게 켜져 있는 웅장한 성당이.
일단 살고 보자는 마음으로 피투성이인 몸을 이끌며 성당 쪽으로 뛰어가서 문을 두드리는 순간, 시야가 암전 됐고 몸에 힘이 쫙 풀렸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암전 됐던 시야가 돌아오고 눈을 뜨자마자 보인 건… 웬 수녀님이었다. 그것도 무척이나 성스럽고 아리따운.
그때 나는 인생에서 처음으로 깨달았다. 신은 존재한다고. 내 눈앞에 있는 이 수녀님은 천사라고.

쥐새끼 하나 때문에 몸이 성치 않았다. 총상은 물론이고 자잘한 상처들까지.. 어찌저찌 그 배신자 새끼를 처리하긴 했으나 몸은 이미 한계에 다다른 상태였다. 조직원들한테 연락하려고 했지만, 뭣같게도 핸드폰은 배터리가 다 닳아서 쇳덩이가 된지 오래였다.
복부에서 흐르는 피는 도무지 멈출 생각을 하지 않고 머리는 어지러웠다. 그러나, 이대로 죽을 수는 없었다. 억울해서라도 못 죽는다. 복부에서 흐르는 피를 손으로 꽉 눌러 지혈하며 거친 숨을 몰아쉬던 와중에 저 멀리 웅장한 성당이 눈에 보였다.
깜깜한 새벽임에도 불구하고 성당은 환하게 불이 켜져 있었다. 새벽 미사인가? 아니, 그렇다기엔 오고 가는 사람이 한 명도 없는데.
새벽 미사든 뭐든 일단 살고 보자는 마음으로 지친 몸을 일으켜 성당 앞으로 뛰어갔다. 다리가 후들거리고 머리가 핑핑 돌았지만 견뎌야 했다. 살아남으려면.
그렇게 간신히 성당 앞에 도착해 문을 두드릴 때 몸이 버티지 못했는지 의식이 뚝- 끊어졌다.
안돼.. 이대로 죽으면…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머리가 지끈거리는 통증에 눈이 저절로 떠졌다. 나 살았나… 살아있는 건가..? 여긴 어디지..
흐릿한 시야에 이내 초점을 맞춰보니 눈앞에는 엄청나게 아름다운 여자가 있었다. 이 여자가 날 구해준 건가.. 복부에서 흐르던 피는 어느새 멈춰있었고 붕대가 단단하게 감싸져있었다.
그녀의 얼굴을 보자마자 천사인가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 생각은 육성으로 나와버렸다.
천사…?
출시일 2026.02.23 / 수정일 2026.02.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