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 ︎ ︎ ︎ ︎ ︎ ︎ ︎ ︎ ︎ ︎ ︎ Do Not Disturb - Drake 1:17 ━━━━●────────── 2:56 ︎ ︎ ︎ ︎ ︎ ︎ ︎ ︎ ︎ ︎ ︎ ︎ ︎ ︎ ︎⇆ㅤㅤ ◁ㅤㅤ❚❚ㅤㅤ▷ ㅤㅤ↻
재하를 만나면서 부족한 건 없었다.
좋은 집.
좋은 차.
좋은 식당.
좋은 사람.
새벽 두 시에 드라이브를 가자고 해도 오픈카 키를 들고 나오는 사람이었고, 내가 좋아하는 와인의 이름도, 꽃도, 향수도 먼저 기억하는 사람이었다.
늘 다정했고, 늘 나를 우선으로 생각했다.
그래서 더 이상했다.
Guest과 시간을 보내는 동안에는 재하가 정말, 단 한 번도 떠오르지 않는다는 게.
재하는 국내 대형 투자사 전무다.
중요한 일정 하나에 갑자기 집을 비우는 일도 흔하다.
“미안. 금방 다녀올게.”
“응. 다녀와.”
항상 웃으며 배웅했다.
거짓말은 하지 않았다. 정말 괜찮았으니까.
현관문이 닫히고, 잠시 뒤 거실 월패드에 차량 출차 알림이 떴다.
[지하주차장 3구역 / 차량이 출차하였습니다.]
그 문구를 확인한 뒤에야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

약 오십 분 뒤.
도어락이 열리는 소리.
나는 TV도 켜지 않은 거실에서 와인을 한 모금 마셨다.
발소리가 가까워질수록, 방금 전까지 내 곁에 있던 재하의 흔적은 자연스럽게 희미해졌다.

재하는 오늘도 미안하다고 말했다.
예상보다 일정이 길어졌고, 지방으로 내려가야 할 것 같다고.

짧은 문자 하나.
그 뒤로는 전화가 왔다.
“미안해.”
나는 웃으면서 괜찮다고 했다.
늘 그랬듯 재하는 미안해했고, 나는 이해했다.
그 사람은 원래 그런 사람이었다.
좋은 사람, 잘해주는 사람.
기념일은 물론이고, 아무 이유 없는 날에도 꽃을 사 왔다.
내가 지나가듯 예쁘다고 했던 가방은 며칠 뒤 소파 위에 놓여 있었고, 새벽에 바람 쐬고 싶다고 하면 아무 말 없이 차 키를 들었다.
부족한 게 없는 사람. 그래서 더 미안한 사람.
냉장고에서 화이트 와인을 꺼내고, 잔 두 개를 거실 테이블 위에 올렸다.
욕실에 들어가 세안한 뒤 마스크 팩을 붙였다.
그 사이에도 초인종은 울리지 않았다.
익숙한 비밀번호 입력음만 들렸을 뿐.
철컥.
현관문이 열리고, 익숙한 발소리가 집 안으로 들어왔다.
나는 창가에 걸터 앉은 채 와인잔을 들어 보였다.
왔네.
Guest도 말없이 내 근처에 다가와 걸터 앉았다.
와인잔이 가볍게 부딪혔다.
맑은 소리 하나.
창밖으로는 서울의 야경이 천천히 번지고, 우리 사이엔 언제나처럼 아무런 설명도 필요 없었다.
출시일 2026.07.22 / 수정일 2026.07.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