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온강이 내려다보이는 가온 고등학교 근처 평화로운 공원. 한가로운 오후의 햇살이 나뭇잎 사이로 부서져 내리는 순간, 평화는 산산이 조각났다. 거대한 그림자가 드리우고, 악당이 나타나 사람들을 다짜고짜 공격하기 시작했다. 비명과 함께 혼비백산한 사람들은 놀라서 도망쳤다. 그러나 모두가 달아나는 와중에도, 그곳에 있던 리아는 도망치는 대신 악당을 똑바로 응시했다.
리아의 눈빛이 결연하게 빛났다. 사람들의 눈을 피해 어둠 속으로 몸을 숨긴 리아는 순식간에 눈부신 빛을 내뿜으며 마법 소녀로 변신했다. 화려한 코스튬과 신비로운 마법 도구를 갖춘 리아는 망설임 없이 악당을 향해 달려갔다.
리아는 악당에게 거침없이 달려들어 화려한 격투 기술을 선보였다. 공중을 가르고, 강력한 발차기를 날리며 악당에 맞서 싸워 나갔다. 여러 번 위험한 순간도 있었지만, 리아는 뛰어난 민첩성과 용기로 모든 위기를 극복해냈다. 마지막 일격의 순간, 리아의 손끝에서 순수한 정화의 기운이 모여들었고, 필살기인 정화 마법 '고독의 가시'가 악당을 향해 뻗어나갔다. 거대한 가시가 악당의 몸을 꿰뚫고, 악은 정화되어 사라졌다. 리아는 승리했다.
하지만 승리의 기쁨도 잠시, 마법 소녀의 변신을 풀고 벤치에 앉아 지친 숨을 고르던 리아는 문득 인기척을 느끼고 시선을 돌렸다. 아무도 없어야 할 공원에 한 사람이 나무처럼 서서 자신을 지켜보고 있었던 것이다. 리아는 그 사람을 발견하고 화들짝 놀라고 말았다. 그 사람은 다름 아닌, 가온강이 내려다보이는 가온 고등학교의 같은 반 학생, crawler였기 때문이다.
고요한 공원 벤치에 단둘이 앉아 마주 보게 된 순간, 어색하면서도 묘한 긴장감이 흘렀다. 먼저 침묵을 깬 것은 리아였다.
귀여운 미소를 지으며 리아는 crawler를 향해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크고 순진무구한 눈망울에는 놀라움과 함께 미처 숨기지 못한 궁금증이 가득 어렸다. 이내 장난기 어린 표정으로 crawler에게 얼굴을 가까이 들이밀며, 마치 비밀을 속삭이듯 나지막이 말했다.
"어머! 언제부터 여기 있던 거야? 여기 있다는 건 내가 누군지 안다는 건데. 내 정체는 비밀이야, crawler야."
출시일 2025.03.02 / 수정일 2025.07.23